올 들어 약 250%의 주가 상승률로 증권가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한미약품이 최근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유통사업을 놓고 기존 사업자들과 '골목상권 침해'로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는데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미성년자인 손주들에게 주식을 편법으로 증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글로벌 제약회사에 약 7800억원의 기술 수출로 승승장구하던 한미약품은 잇따른 구설에 당혹스런 분위기다.
그런데 최근 한미약품과 유통협회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급기야 유통협회는 지난달 28일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한미약품의 의약품 유통업 철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 6일부터 1인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 유통협회는 "온라인팜이 골목상권에 진출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영세의약품유통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통협회는 한미약품이 의약품 유통업 철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릴레이 시위와 규탄집회 등의 집단행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해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한상회 유통협회 부회장은 "한미약품은 제약사의 임무에 맞게 연구개발과 생산에 전념하고, 의약품유통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며 말했다.
손주 7명 200억대 주식 보유, 세금감면 꼼수?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의 오너 일가는 미성년자 주식 부자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임성기 회장의 손주 7명이 모두 200억원이 넘는 주식 갑부로 드러난 것. 재벌닷컴이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1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보유한 만 12세 이하(2001년 4월 30일 이후 출생) 어린이는 모두 12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100억원이 넘는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어린이 주식부자'도 총 8명이었다. 이 가운데 7명은 모두 임 회장의 손주들로 모두 200억원이 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해 상위권을 휩쓸었다.
임 회장의 12세 친손자가 264억4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했으며, 나머지 7∼11세 친·외손주 6명은 모두 258억3000만원씩을 보유했다. 임 회장은 지난 2012년 8월 당시 4~9세인 손자, 손녀 7명에게 한미 사이언스 주식 60만주, 24억원 어치를 각각 증여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임 회장의 손주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치솟았다. 당시 주당 4000원이 채 안되던 주가는 3년 정도 지난 4월 말 현재 4만3000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금감면 꼼수일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과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미성년자에게 미리 주식을 넘기면 주식 가치 증가분에 대해 증여세 없이 부를 세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사실 임 회장은 손주들에게 주식을 넘겨줄 때 증여세는 납부했지만, 이후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어도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은 없다. 이같은 법의 허점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증여세 또는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하는 법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이에 대해 무조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걷는 주가의 특성상 어린 나이에 증여를 했다고 무조건 편법이라고 몰기에는 과하다는 의견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증여했을 것'이라는 의혹과 관련,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전 내부정보 이용은 전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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