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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의 서울시내 면세점 허용, 또 대기업 독점 가속화?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5-04-14 20:36


시내면세점 운영권 획득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시내면세점 운영권 입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현대가와 삼성이 서로 손을 잡았다. 최근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동맹, 서울 용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짓겠다고 나섰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을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는 전략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주력사업의 성장이 주춤해진 가운데 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 시내 면세점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치가 잘 말해준다. 지난해 전국 면세점 총 매출액은 8조3000억 원.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이 21.6%에 이른다, 이중 시내면세점 매출이 5조4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32.2% 증가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참여 허용으로 독과점은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특히 인천광역시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 면세점 확대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시내면세점 운영권 입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 침체 등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주력사업의 성장이 주춤해진 가운데 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 시내 면세점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 전경.
◆황금알을 낳는 시내 면세점 '적과의 동침'도 불사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2014년도 전국 보세판매장 매장별 매출액'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면세점 총 매출액은 8조3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이 21.6%에 이른다. 이는 최근 3년간 매출 평균성장률 14.7%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이중 시내면세점 매출이 5조4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32.2% 증가한 반면 출국장 면세점 매출액은 2조5000억 원으로 5.9% 늘었다. 시내 면세점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시내면세점 운영권 입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유다. 이러한 성장세는 침체된 내수와는 달리 중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6월 실시하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정부가 대기업에게도 2곳을 추가 허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만이다. 2001년 이후 공항을 제외한 새로 생긴 면세점은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에게만 허가를 내주었다. 이로써 기존 서울시내 면세점 6곳(롯데 3, 신라 1, 워커힐 1, 동화 1), 제주시내 면세점 2곳(롯데 1, 신라 1)에 신규로 서울 3곳(일반경쟁 2곳, 중소-중견 경쟁 1곳), 제주 1곳(중소-중견 경쟁)이 추가 된다.

대기업들은 15년 만에 서울에서 면세점 사업기회가 생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경기 불황으로 백화점-대형마트 등 기존 사업의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면세점은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시내 면세점이 공항 면세점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도 유통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대기업은 대부분 백화점-쇼핑몰 등 회사가 소유한 건물을 활용하는 까닭에 3.3㎡당 연간 1억 원을 웃도는 월세를 내는 공항 면세점보다 운영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로서는 연간 3000억~400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내 면세점은 매력 있는 비즈니스"라면서 "이번 입찰이 사실상 서울시내에 면세점을 출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서울 지역 입찰 참여 기업은 기존 사업자인 롯데, 신라, 워커힐, 동화 면세점을 포함한 신세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 모두투어 등으로 결과에 따라 면세업계의 지각 변동 가능성도 예고 되고 있다.


이미 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전격 손을 잡아 입찰 경쟁도 요동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뜻밖의 한 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들 두 업체가 유리한 분위기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두 기업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 구상을 두고 신라호텔 측은 아이파크몰의 입지적 강점과 신라면세점의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결합해 최대 시너지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측도 이번 합작사 설립을 통해 사업자 선정의 중요 평가항목인 경영 및 운영 능력뿐 아니라 입지조건, 지역경제 및 관광 활성화까지 심사 기준 모두를 충족하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평하고 있다.

두 기업은 용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만들어 중국인 관광객으로 활성화된 일본 도쿄의 아키아바라처럼 용산 전자상가를 부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에 최소 1만2000㎡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최대 규모는 1만1000㎡의 롯데월드면세점이다.

이번 동맹은 범현대가와 삼성가의 2-3세 경영인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부진 사장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사촌간이며, 정몽규 회장은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과 오촌사이다. 하지만 혈연보다는 '라이벌과의 동침'을 선택한 셈이다.

한편 관세청은 서울과 제주 신규 면세점을 허가할 때 경영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할 방침이다. 최근 관세청은 서울-제주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에 활용할 평가 기준과 배점을 공개했다. 1000점 만점 중 기업의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에 300점을 배점했다. 이어 관리역량 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이 각각 150점 등이다.

기존 면세점의 후속 사업자를 선정할 때에는 신규 면세점 평가 기준인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가 지역 관광인프라 등 균형발전 기여도 항목으로 대체된다.

관세청은 신규 면세점은 고용과 투자를 촉진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면세점 매장 전경
◆총력전 펼치는 후보업체들 어떻게 뛰고 있나?

호텔신라와 현대 산업개발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50대 50비율로 출자한 합작사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기 위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보완'과 '연계'의 키워드를 실천한 경우라고 평가한다.

국내 면세점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면세점도 다급해졌다. 지금껏 적극 출점 보다는 기존 매장 수성에 더 공을 들인 듯 한 분위기를 흘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면세점은 유통 라이벌 신세계의 부상, 면세점 업계의 라이벌 신라의 입성을 가장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신라면세점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HDC신라면세점이 용산역에서 면세점 허가를 받은데 이어 만일 잠실 면세점 사업권까지 신라가 챙겨 간다면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더군다나 삼성의 DNA가 흐르는 신라이기에 더 위협적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도 영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명동 가까이 진출해 기존 소공동 면세점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조금도 원치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시내 면세점'을 최고의 입지로 상정하고 최종 후보지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는 후문이다. 동대문 롯데피트인, 김포공항 롯데몰 ,신사동 가로수길 등 3곳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포공항은 베이징-상하이 셔틀 노선과 연계성이 좋고, 동대문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용산역 면세점 추진 소식에 명동-남대문과 반포를 저울질하던 신세계그룹과 삼성동을 선정한 현대백화점 등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신세계는 기존 인천공항과 부산 샌텀시티, 제주도에 이어 이번 서울시내 진입을 가정, 면세점의 완결판, 화룡점정을 찍으며 업계 최강으로 부상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더 절박해졌다. 서울 시내 외곽에 자리한 기존 워커힐면세점의 존재감이 자칫 희박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지가 우선이라면 명동에 있는 SK텔레콤 사옥 1층도 고려할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화갤러리아도 시청 앞 플라자 호텔 뒤 한화 사옥을 입지로 저울질 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용산역 면세점 추진 소식에 같은 범 현대가 일원인 현대백화점도 최근 무역센터점 2개 층을 리모델링해 시내면세점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존 면세점이 대부분 강북에 집중돼 있어 강남에는 고급 소비 수요를 채워줄 면세점이 없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신라 또한 롯데 못지 않은 과점업체로 보고 있다. 기존 시장의 3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신라가 서울 시내 면세점을 가져가는 것은 독과점 강화라는 것이다. 시내 요지인 중구 장충동에 면세점이 있는데 '또 신라에게?' 라는 불만의 목소리다.

이 같은 분위기에 신라는 1위 업체도 아닌 자신들을 견제하는 것은 심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특히 자신들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용산상권을 붐업 시키려는 상생 마인드를 지녔다는 것이다.

시내 면세점 진출권을 놓고 가히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합종연횡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절박하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신세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한화갤러리아 등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면세점에서 특별 쇼핑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모습..
◆면세사업, 중소기업은 '그림의 떡'? 대기업 독점 가속화 우려!

중소-중견 기업들에게도 제도적으로 면세점 진출 기회가 열려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기업과 경쟁해 살아남을 중소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다.

면세점은 초기 투자비용과 운용비용이 높아서 중소규모의 기업이 단독으로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큰 사업이다. 우선 높은 임대료, 구매력(MD능력) 부족 등에 재고 부담까지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면세점의 최대 성공 요소가 입지임을 감안하면 이번 시내 면세점의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고전이 예견된다.

실제로 지난 2012~2013년까지 정부가 중소기업 12곳에 시내 면세점 허가를 내줬지만 서희건설, 전남 로케트 전기 등 4곳이 허가권을 스스로 반납했다. 또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과정에서도 중소 중견기업 대상구역 4개 중 3개가 유찰됐다. 가격부담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일련의 사례에 비춰 면세사업은 중소규모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큰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살리기, 상생 등을 기치로 중소기업의 시내 면세사업 진출을 허용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명분에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결국 신규허가 업체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영업권을 반납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차별화전략'도 별반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시장의 파이는 다시 대기업 경쟁의 장으로 흡수되고 말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들이 벌써부터 무성하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중소기업 몫의 영업권이 대기업에게 직접 양도, 수용 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게 관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롯데, 신라의 시장 점유율이 매출액 기준 85% (2014년 8월 누계)로 국내 면세시장은 심각한 독과점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신규 진입 중소, 중견 업체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아울러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 신라는 이미 세계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저력(롯데 세계 4위, 신라 8위)을 바탕으로 국내 보다는 세계시장 공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글로벌 기업의 태도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의 워치&주얼리 부티크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도 '면세점' 절실하다!

대한민국 관문 인천광역시에도 시내 대형 면세점 입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시의 경우 복합리조트 유치와 시내 면세점 오픈 등 블루오션 영역으로 떠오른 관광산업 추진을 최대 현안의 하나로 삼고 있다.

인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국내 전체 관광객의 65%가 인천공항과 항만 등 인천을 통해 드나들고 있다. 그런 인천에 대형 면세점이 한 곳도 없다(올 4월 중순 기준. 오는 4월 30일 시청 인근에 한 곳 오픈)는 것은 넌센스라는 게 인천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면세점 부분만 놓고 봐도 인천이 단순 경유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면세점의 서울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하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다.

인천공항이 가까운 인천은 요커들의 숙박지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밤에 도착하는 요커들은 인천 시내의 호텔에서 묵고 오전 중 호텔내 면세점 쇼핑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프라가 없어 인천시 입장에서는 큰손들을 그냥 보내야 하는 형편이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이 같은 현실에 시내 대형 면세점 입점을 절실히 바라며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관세청 등 요로에 적극 노크를 하고 있다. 호텔과 쇼핑이 어우러진 한류 복합문화공간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인천이 쇼핑관광 소비지출 전국 1위도시라는 통계는 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을 통계에 포함시킨 결과다. 정작 지역 발전과는 거리가 먼 분석이 아닐 수 없다. 이름값을 하는 인프라를 갖추고자 하는 게 인천시의 진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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