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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홈쿠첸, 부적절한 사내-외 이사 선임 논란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5-03-20 10:43


생활가전 중견기업인 리홈쿠첸의 일부 사내-외 이사 선임이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또 이 회사가 거액의 이익 잉여금을 쌓아놓고도 올해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 업체인 네비스탁은 20일 예정된 리홈쿠첸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부 주총안건에 반대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39년 역사의 리홈쿠첸은 국내 전기밥솥 시장에서 쿠쿠전자(68%)에 이은 2위 업체(32%)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3822억원을 기록했다. 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3% 감소한 175억원, 당기순이익은 16% 감소한 15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3월부터 창업주 이동건 회장(77)의 장남이자 최대주주(18.32%)인 이대희씨(44)가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상태다.

박주원 신임 사내이사 후보는 경제사범 전력

우선 이번 주총안건으로 박주원 전 삼성SDS 금융본부장(61)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이 부적절하다는 평이다.

그는 삼성 SDS 재직시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지난 2009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삼성SDS BW 헐값 발행 사건은 소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와 주주 전체의 권익을 침해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네비스탁 관계자는 "박주원 신임 사내이사 후보의 경영적 역량과 전문성은 그의 과거 경력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면서 "하지만 도덕적으로 흠이 있는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했을 경우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박씨의 사내이사 선임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3명의 사외이사 중 3년 임기가 만료된 조병호(73), 손문호 사외이사(72)의 재선임 안건도 도마에 올랐다.

이들의 과거 경력을 살펴봤을 때 경영진의 견제기능에 의문부호가 든다는 것이다. 조병호 사외이사는 과거 부방테크론에서 부사장을, 손문호 사외이사 역시 부방테크론에서 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그런데 부방테크론은 바로 리홈쿠첸의 전신이다.

리홈쿠첸은 1976년 삼신공업사로 출발해 1999년 부방테크론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2013년 현재의 상호로 개명했다. 조병호씨와 손문호씨는 사실상 과거 리홈쿠첸에서 임원으로 재직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2명의 사외이사는 확고한 독립성을 유지한 가운데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 전체의 권익을 위해 최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네비스탁은 전했다. 두 사람의 사외이사 재선임도 역시 재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조병호, 손문호 사외이사는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 후보로도 올라있다. 감사 제도의 취지에 비춰 이들의 감사위원 선임안건도 적절치 못하다는 평이다.

감사위원은 매년 경영실적과 예산을 심의하고 회계자료를 감사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들은 최대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들의 감사위원 선임도 철회되어야 한다고 네비스탁은 주장했다.

이처럼 흠결 있는 사내-외이사 및 감사위원의 선임은 이대희 대표의 경영철학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리홈쿠첸의 경영이념으로 '원칙과 기준, 청결과 정직, 올바른 생각과 투명경영'을 제시하고 있다.

누적 이익잉여금 1363억원에 배당은 0원

리홈쿠첸은 1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올해에도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1994년 코스닥에 상장된 리홈쿠첸이 배당을 실시한 것은 지난 2010년 딱 한차례 뿐이다. 지난 2011년 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을 비롯해 2012년 103억, 2013년 180억원 등 매년 흑자행진을 펼쳐왔으나 이익금은 이 회사 금고에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2014년 말 기준으로 누적된 이익잉여금만 1363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기업들에게 배당 확대정책을 쓰도록 강력하게 유도했고 상당수 기업들이 올해 배당액을 늘렸다. 하지만 리홈쿠첸은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데도 주주들에겐 한 푼도 나눠주지 않는 것이다.

배당제도는 회사의 이익을 주주 전체와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주주 권익보호 장치다. 물론 향후 상당한 투자 계획이 분명하게 수립돼 이를 위해 일시적으로 이익을 유보하는 것 역시 기업가치를 한 단계 더 높여 주주권익에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리홈쿠첸은 분명한 설명 없이 배당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주주권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네비스탁은 비판했다,

3명의 사외이사를 포함해 9명의 이사에 대해 40억원의 보수한도를 상정한 것도 현실과 거리가 멀어 이사보수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모호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리홈쿠첸은 2013년 이사 8명에 대해 1년간 13억7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당시 주총에서 승인된 이사진의 보수한도는 40억원. 보수한도 대비 실제 집행룰은 약 34% 수준이었다. 2014년에도 이사 8명에 대해 40억원의 보수한도가 설정됐으나 3분기까지 실제 지급한 보수총액은 10억9000만원. 2013년도와 비슷한 실제 집행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네비스탁 관계자는 "이사의 보수는 이사의 성과와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정교하게 구축되어야 한다"며 매년 되풀이 되는 '뻥튀기 보수한도'를 비판했다,

리홈쿠첸은 일부 사내-외 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들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으로서 우리 회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부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본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배당을 하지 않는 것과 관련,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투자를 위해 자금을 비축하고 있다. 회사 가치 극대화를 통해 주주들에게 보답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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