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다시 한 번 정치권의 외풍에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을 신임 은행장으로 선임해 비판을 받은데 이어 올해에는 우리은행의 사외이사진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은행 측이 공개한 차기 사외이사진의 경력을 살펴보면 모두 학계나 여성계 출신들로 보인다. 하지만 4명 중 무려 3명이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NH투자증권 상무, 유진자산운용 사장 등을 지낸 정한기 교수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같은 서금회 출신이다. 지난 2007년에 구성된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17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금융권 서강대 동문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정 교수는 유진자산운용 사장 시절이었던 2011∼2012년 이 모임의 송년회와 신년회 행사에 참석해 축사와 건배사 제의를 하는 등 고참 멤버로 활동했다. 정 교수는 서금회 현 회장인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보다 2년 선배다.
이처럼 은행장과 사외이사가 같은 사조직 출신인 것이 드러나면서 심각한 이해 충돌의 우려가 제기된다. 사외이사의 기본 책무는 최고경영자(CEO)나 경영진을 감독하고 비리나 부조리, 경영상의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감시하는 자리. 하지만 CEO와 같은 사조직 출신이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이해 충돌의 방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홍일화 고문은 1971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한나라당 부대변인,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 부위원장 등 당의 요직을 두루 맡으며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정피아(정치+마피아)' 인사다. 지난해 6월 산업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오는 6월 임기를 마치게 되지만 임기 종료 전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로 재빨리 '갈아타기'하는 데 성공했다. 천혜숙 교수의 경우 정치권 출신은 아니지만, 남편이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금융권 경력이 없는 정수경 변호사를 은행 전반의 부실과 비리를 감시할 상임감사로 선임해 정피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정 감사는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순번을 받았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