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이 매매가의 90%에 육박하는 집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또 다른 지역인 강동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암사동 선사현대의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가는 지난달 초 최고 3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달 같은 평형 아파트는 3억40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전세가와 차이가 고작 1000만원인 셈이다. 해당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97%로 강동구 평균 전세가율 62.3%과 비교하면 34% 이상 차이가 난다. 같은 단지의 다른 아파트도 3억7000만원에 매매돼,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지역은 재건축 이주의 영향으로 전세가가 치솟고 있는 중이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1차 전용 59㎡ 아파트는 지난달 6일과 14일 각각 2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성사됐다. 그런데 지난달 거래된 같은 평형 아파트 매매가는 3억1650만원이었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70.2%로 이는 1998년 이래 최고치다. 평균 전세가율은 서울 지역이 평균 66.1%, 경기도가 69.5%로 평균치로는 아직 70%에 못 미치지만 실제 개별 아파트 전세가율은 80%를 넘어선 곳이 상당수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자, 아예 집을 사버리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의 경우 지난 1월에 매매 건수가 10건인데 비해 순수 전세 계약건은 단 3건에 그쳤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도 전 주택형을 통틀어 지난달 전세계약 건수는 9건인데, 매매건수는 10건으로 더 많았다.
한편,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육박하면서 소위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셋가가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 나중에 혹시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을 되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성이 있는 집을 말한다. 추후 집값이 조금만 하락해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면, '깡통전세'가 속출할 수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