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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안전경영은 말 뿐이었나?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5-01-16 10:38


요즘 LG그룹의 최고 '효자 회사'는 LG화학도, LG전자도 아니고 LG디스플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화학은 화학업종의 침체로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스마트폰에서 실기한 LG전자도 좀처럼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고의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하며 LG그룹의 간판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LG디스플레이는 35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그룹 내 계열 사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반면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 2319억, LG전자는 20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8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25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한데 이어 3분기에는 당기순이익이 38% 성장하는 등 이익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LCD 패널시장에서 21.6%의 점유율로 1위에 등극, 20분기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UHD(초고해상도) 패널시장에서도 지난해 10월 기준 28.1%의 점유율로 세계 1위다. 디스플레이는 TV나 스마트폰, PC 등의 화면을 말한다.

이처럼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초일류로 인정받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공장에서 최근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 아직 안전에서만큼은 이 회사가 '3류'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줬다.

안전 비상훈련 후 13일 만에 빚어진 참사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30일 파주공장에서 불시에 가스 누출 및 인명피해 상황을 가정한 비상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패널 생산 공장에서 가스 누출과 인명피해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긴급 훈련 경보를 발령하고 방재활동 등을 집중 점검했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사고발생 3분 만에 최고 경영진에게까지 보고가 됐고 15분 만에 인명구조와 누출사고가 수습되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3일이 지난 2015년 1월 12일. 낮 12시30분경 협력업체 직원 3명이 E3공장 P8라인의 9층 원격감시제어(TM )설비가 있는 챔버(실·가로 4m×세로 4m×높이 0.9m)로 진입했다. TM설비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20여분이 흐른 뒤 이들 3명이 외부로 나오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내부로 들어갔더니 3명 모두 질소가스에 중독돼 쓰러져 있었다. 이들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2명은 사망하고 1명은 중태에 빠져있다. 이들 3명을 구하러 챔버로 진입했던 3명의 LG디스플레이 직원들도 경상을 입고 병원치료를 받았다.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사망한 이 공간은 LCD 패널 제작 공정 중 질소가스를 이용해 패널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곳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질소가스가 차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들어가서 작업을 한 것 같다. 챔버 내 장비에서 질소가스가 유출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 중에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긴급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기 고양시 고용노동지청은 지난 14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E3 공장 내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명령했다. 고양시 고양노동지청은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고 안전성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LG디스플레이가 정부의 강제명령에 따라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치욕을 당한 셈이다.

100여 차례 비상훈련 등은 보여주기용 안전점검?

LG디스플레이에선 이번 사망사고 이외에도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0년 11월 P9라인 신축공사장에선 3층 높이의 철골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이 무너진 구조물이 인근 구조물에 걸려 작업자 5명은 골절상과 찰과상을 입는데 그쳤다. 그해 3월에는 P8라인 공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점검하던 시설장비 점검반 소속 직원이 지상 1층에서 지하 3층으로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이밖에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사고도 적지 않으며 LG디스플레이의 다른 사업장에서도 안전사고가 다수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회사 차원에서도 '안전 경영'을 유독 강조해 온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선 지난해 11월 협력사 안전관리 경진대회를 열었고 10월에는 서울·인천·경기·경기북부 등 4개 소방재난본부와 관계기관 등 50개 기관 및 단체에서 1200명과 장비 110대를 동원, 긴급 구조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에만 100여 차례 비상훈련을 하며 안전에 대비했다.

지난해 12월12일에는 국민안전처가 감독하고 ㈔한국안전인증원이 주관한 소방안전시설 및 안전경영시스템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아 '공간안전 인증'도 획득했다. 특히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해 9월 파주공장의 안전체험관 개관행사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안전한 근무환경 구축은 그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투자"라며 안전경영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모든 과정이 겉치레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번 사고로 입증됐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인명사고가 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노력을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사고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보다 철두철미하게 안전관련 대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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