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등 5개 사업자가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전동기 입찰에서 무려 8년간 담합을 저질러 온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원자력발전소용 전동기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한 효성 등 5개 사업자에 시정명령 및 11억5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이들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한수원 발주 원전용 전동기 구매입찰 128건에서 낙찰을 받을 회사와 '들러리'로 참여할 회사를 사전에 정한 뒤 입찰일 직전에 투찰 가격을 합의하고는 입찰에 참여했다.
효성과 천인, 천인이엠은 주로 저마력 전동기 구매입찰 108건에서 담합을 논의했고, 효성, 현대중공업, 현대기전은 고마력 전동기 구매입찰 31건에서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부과한 금액은 효성 5억3000만원, 천인 4억1400만원, 현대중공업 1억3700만원, 현대기전 4900만원, 천인이엠 2300만원이다.
한편, 이들이 입찰 담합을 한 전동기는 원전의 급수 펌프, 냉각수 펌프 등 각종 펌프의 주요 부품으로 사용된다. 이 전동기는 방사능에 노출될 위험이 크고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산업용 전동기와 달리 높은 수준의 내진·내환경 설계가 요구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전 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원전 전동기 구매입찰 과정에서 전동기 제조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진 담합 관행을 밝히고 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