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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원대 구스 패딩, 알고보니 오리털 충전재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4-11-19 15:05


수백만원대 고가 패딩점퍼가 실제로는 거위털이 아닌 오리털 충전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온성을 결정하는 솜털과 깃털의 충전비율도 프리미엄 브랜드 수입제품이 아웃도어 브랜드에 비해 그다지 우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문제 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는 프리미엄 다운점퍼 수입브랜드 8개와 아웃도어 브랜드 9개 등 총 17개 브랜드, 25개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입 제품 16개 가운데 거위털을 사용한 구스다운 점퍼는 단 4개(25%)뿐이었다고 19일 밝혔다.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캐나다구스와 파라점퍼스, CMFR, 노비스, 아이그너, 무스너클 등 6개 브랜드, 12개 제품은 충전재가 전부 오리털이었다.

특히 캐나다구스는 브랜드에 '구스(거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과 달리, 오리털(덕다운) 제품을 판매 중이었다. 오리털을 쓰면서도 해당 제품들은 수입 명품으로 불리며 108만~271만원에 판매중이다.

이에 비해 300만원에 육박하는 몽클레르와 219만~354만원짜리 에르노는 거위털을 충전재로 쓰고 있었다고 컨슈머리서치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거위털은 솜털 크기가 커서 보온성이 뛰어나고 중량에 비해 볼륨감이 높기 때문에 덕다운보다 품질이 좋고 가격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페이스와 블랙야크, 라푸마, K2, 네파, 밀레, 코오롱스포츠, 컬럼비아, 디스커버리 등 조사대상 9개 아웃도어 브랜드는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했다.

통상 솜털 비율이 높을수록 보온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CMFR과 노비스만 100% 솜털을 채웠고 나머지 브랜드 제품들은 솜털과 깃털을 섞어서 썼다. 특히 캐나다구스와 아이그너, 무스너클 브랜드는 오리털을 사용하는데다 깃털비율이 20%에 달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는 노스페이스와 밀레만 깃털비율이 20%를 기록했고, 대부분의 브랜드는 솜털을 90% 사용했다.


예를 들어 아이그너의 271만원짜리 다운점퍼는 충전재가 오리털이면서 깃털이 20%나 들어간 반면, 블랙야크의 57만원짜리 제품은 거위털을 쓰면서 깃털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또한 일부 다운 점퍼는 핵심 소재인 충전재의 원산지 표시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CMFR과 노비스 2개 브랜드만 별도 태그를 통해 표시 중이었고 일부 브랜드의 경우 수입 업체조차 충전재 원산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파라점퍼스의 경우 본사는 이탈리아지만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오리털도 중국산을 쓰는 것으로 설명했다. 독일 브랜드인 아이그너는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충전재는 원산지가 어디인지를 밝히지 못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노스페이스와 블랙야크, 밀레, 컬럼비아는 충전재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반면, 라푸마와 K2, 디스커버리, 네파, 코오롱은 별도의 태그를 통해 원산지를 밝혔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명품 다운점퍼는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제품인 만큼 패딩의 기능적인 면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충전재 원료와 혼합비율, 원산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충전재와 같은 원부자재 원산지에 대한 기준은 별도로 갖고 있지 않다"며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원산지 표기에 대한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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