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대졸 공개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직무적합성 평가가 새로 도입되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창의성 면접도 신설된다.
삼성 관계자는 "직무에세이에는 지원하는 직무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했는가를 적어야 하며,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전했다. 허위로 직무에세이를 제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층면접에서 진실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으로 삼성에 지원하는 취업준비생은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보기 전에 직무적합성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만약 직무적합성 평가에서 탈락할 경우 SSAT를 치를 수 없게 된다. 때문에 SSAT 전 단계에서 서류 제출만으로 이뤄지는 직무적합성 평가의 도입을 사실상의 서류전형 부활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 해 20만명이 SSAT에 몰려드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직무적합성 평가가 서류전형의 부활은 아니다"라며 "직군별로 필요한 직무역량 중심으로 평가하며 출신대학이나 어학연수 경력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일절 반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직무적합성 평가 도입으로 삼성의 채용단계는 기존의 'SSAT-실무면접-임원면접'의 3단계에서 '직무적합성 평가-SSAT-실무면접-창의성 면접-임원면접'의 5단계로 진행된다.
아울러 연구개발과 기술, 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능력 위주로 평가한다. 연구개발직은 직무에세이를 쓰지 않는다. 이들 직군은 전공과목 이수, 전공학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삼성은 "연구개발·기술직은 전공공부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얼마나 난도가 높은 과목을 이수했는지 등을 평가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따게 되면 SSAT 단계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직군은 SSAT 대신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거쳐 뽑기로 했다. 이 테스트는 프로그래밍 개발 능력(코딩, 알고리즘)을 평가하는 것이다. 4시간 동안 치르는 일종의 실기시험이다.
재계에선 국내 산업계를 주도하는 삼성그룹의 채용제도 변화는 다른 기업의 채용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