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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개장 20주년 특별 인터뷰, 1기 장보규 선수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4-10-22 14:28


경륜선수로의 전향은 '내 인생의 로또'였다.

이달 개장 20주년을 맞은 경륜은 출범당시 총 111명이었던 1기 원년멤버 중 현재 약 10%인 14명만이 현역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역시 대부분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고 선발-우수급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장보규(40)만은 예외다. 원년멤버로는 유일하게 아직까지 특선급을 지키고 있는 '비선수출신의 우상' 장보규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륜의 발자취를 더듬어 봤다.

경륜 개장한지 20년이 됐다. 개장날 추억이 생생할 텐데 기억나는 일은.

설레는 마음으로 개장날을 맞이했으나 안타깝게도 우천으로 시합이 취소됐다. 당시 잠실경륜장은 미끄러운 나무판 바닥이었기 때문에 비가 오면 시합을 할 수 없었다. 대신 비를 맞으면서 모의시합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던 기억이 난다.

용인대 유도부 출신인데, 경륜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용인대 유도부출신은 맞지만 엄밀히 말하면 선수는 아니었다. 그 당시 유도부는 시합에 출전하는 체육학과 출신들이 따로 있었고, 나는 유도를 홍보하는 시범단 소속이었다. 때마침 학내에서 경륜선수 취업설명회가 열렸고, 신우삼 선수와 함께 응시했다. 당시 1기 멤버들은 사이클 은퇴출신, 체육전공출신들로 모집을 했고, 현역 선수출신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건 2기 선발 때부터였다.

비선수출신이라 입문전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다.

내 생일이 5월 10일인데 바로 전날 9일에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있던 훈련원에 입소했다. 입소 후 2달 넘게 체력훈련만 받다가 졸업 한달을 남겨 놓고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탔다. 걸음마 단계라 넘어지기도 많이 했으나 다행히 10월 개장 이후 실전에서는 큰 낙차 없이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지도교수였던 유황선, 김정길 선생님, 롤모델이었던 허은회, 은종진 선배님의 가르침을 많이 받으면서 성장해 나갔다.


초장기 잠실경륜장의 분위기는 지금 광명경기장과 많이 달랐을 텐데.

관중석과 피스타가 가까웠기 때문에 출발선상에 서면 관객들의 함성이 엄청 크게 들려왔다. 그 시절은 관객 난동도 많았고 험한 분위기도 자주 연출됐지만, 관객과 같이 호흡한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가끔은 그 시절의 담배연기가 그립기도 하다.

경륜선수 생활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와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경륜개장 7주년이 되던 2001년 10월 14일 특선급 대상경륜 첫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허은회 선배를 뒤에 붙이고 선행 우승하면서 동반입상을 했었는데, 지난주 '경륜의 전설' 이벤트경주에서 허은회 선배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 옛날을 추억하며 허은회 선배를 다시 붙이고, 그 당시 본인 앞에 있었던 여민호 선수를 다시 앞에 세우면서 선행승부를 펼쳤다. 반면 아쉬움이 컸던 경기는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안쪽 추월로 실격을 당했던 2009년 대상경륜이다.

많은 비선수출신 스타들이 있지만 오직 선행만을 고집하는 선수는 장보규선수가 유일한 것 같다. 선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본 경륜동영상 교제를 많이 보면서 선행에 매료됐다. 오로지 내 능력 하나로 우승했을 때의 쾌감이 너무 좋다. 선행승부가 단순해 보여도 결코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체력의 밑바탕 속에 상대선수 파악, 시속조절 능력, 페달링의 효율성 등이 같이 동반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과거 인터뷰 때 경륜선수가 된걸 '로또'에 맞았다고 비유했다. 지난 20년간 수입이 대략 얼마나 되나.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옛 광고 문고처럼 경륜선수를 직업으로 택한 건 큰 행운이다. 사실 학교를 다닐 때만해도 직업군인이 꿈이었다. 선수생활 도중이었던 1997~1999년 군대 갔을 때도 장기복무를 신청할까 고민했었다. 지금의 아내가 반대했고 경륜선수 생활도 좋았기 때문에 포기했는데 정말 잘 한 것 같다. 작년 선수협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 경륜선수 중에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선수가 나라고 한다.

현재 경륜이 침체기다. 장보규 선수가 생각하는 경륜발전 방향은.

경륜 대중화가 시급한 과제다. 선수와 고객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했으면 좋겠다. 많은 자전거 애호가들이 모이는 사이클 동호회 행사에 경륜선수들이 거리낌 없이 참석하면 경륜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않을까.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경륜이 개장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원년멤버인 장보규(40)는 유일하게 '특선급'을 유지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는 경륜선수로의 변신을 '내 인생의 로또'라고 표현했다.


장보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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