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다이어트, 경마기수에게 길을 묻다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4-07-27 17:10


'다이어트'의 계절이다. 어떤 이들은 미용 목적으로, 또 어떤 이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체중감량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얼마 전 한 케이블 방송에서는 초고도 비만인들을 모아두고 스파르타식 감량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매주 놀라울 정도로 변화되고 있는 참가자들의 체중이 공개되지만 일상에서 누군가의 조력 없이 스스로 체중을 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따금씩 체급운동인 권투나 유도선수들의 체중감량비법이 공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회를 앞두고 계체량에 초점을 맞춘 초단기간 감량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매주 체중감량을 해내는 다이어트의 달인들은 따로 있다. 바로 경마경기에서 경주마에 직접 올라 경주를 전개해 내는 기수들이다. 경마기수들은 여타 스포츠와 달리 하루에도 많게는 열 번도 넘게 경주에 기승하고, 그 때마다 어김없이 체중계 위로 올라간다. 기수들은 미리 정해진 부담중량에 자신의 체중은 물론 경주에 필요한 필수장구들의 무게까지 합쳐 총량을 맞춰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 경주출전을 앞둔 기수는 해당 경주에 기승할 마필에게 주어진 부담중량을 체크한 뒤 그에 맞춰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것이다. 주말에 열리는 경마경기의 출전등록이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이뤄지기 때문에 이때부터 기수들은 본격적인 감량에 들어간다. 운 좋게 체중보다 여유가 있는 부담중량의 경주마에 기승해야 하는 경우라면다행이지만 체중을 초과하거나 체중보다 적은 경주마를 배정받는다면 이때부터 경마가 열리는 당일까지는 그야말로 감량을 위한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하지만 경마기수들에게 감량이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만은 아니다. 경마기수들은 경주마 등에 올라 경주를 전개해 내는데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제아무리 체중감량에 성공해 경주마 등에 오른다 하더라도 500kg을 넘나드는 거구의 경주마를 통제할 체력이 없다면 기수로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일반인들의 다이어트와 경마기수들의 다이어트가 다른 본질적인 이유일 것이다. 혹자들은 "경주마 등에만 있는데 큰 힘이 들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주를 마치고 말에서 내리는 기수의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광경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요즘처럼 혹한의 추위에도 격한 경주를 마친 기수들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기 일쑤일 정도로 체력소모가 큰 운동이다.

경마기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량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현역기수 36명이 참가한 자체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기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체중감량 방법은 단연 '운동'이었다. 다음으로 체계적인 식이요법을 통해 체중조절을 한다는 응답이 차지했다. 이어 체내의 수분을 빼내기 위한 사우나가 있었으며, 금식이라는 극단적 방식의 다이어트를 선호한다는 대답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 경마기수는 "기수들의 감량비법을 어느 하나라고 한정하긴 어렵고, 거의 알려진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기수들이 손꼽은 체중감량 방법인 '운동' 역시 체내의 수분을 빼내기 위한 일종의 방법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렛츠런파크(옛 경마공원) 내에 있는 경마기수들의 숙소에는 한여름에도 오리털 파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급히 체중을 빼야 할 때는 한여름이라 할지라도 파카를 입고 운동에 임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인 경마기수들의 체지방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 지방을 태워내기 보다는 운동을 통해 체력은 유지하면서도 체내의 수분을 빼내어 감량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탈진의 위험성 때문에 체내 수분을 줄이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또한 기수 스스로가 원하면 언제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숙소 내에 수준급 헬스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곳곳에 체중계가 설치되어 있다. 한편 완전한 금식은 아니지만 기수라면 누구나가 체중조절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절제된 식사는 필수이다. 고단백 저칼로리 식단은 경마기수들에게는 기호에 따른 선택사항이 아닌 일상이다.

자신은 별도로 체중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한 경마기수는 "저는 평소 고단백 식사를 즐겨하고 직업적 특성상 매순간 운동이 생활화 되어있기 때문에 체중이 잘 불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들 역시 폭식만 줄인다면 따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절대 눈에 띄게 체중이 불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한 경마기수들의 체중조절 방법이야 말로 기상천외한 다이어트방법이 난무하는 요즘, 건강을 지키면서도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지름길일 수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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