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남도 밥상의 명가 '이시돌'의 '보리굴비 정식'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4-07-22 18:30


이시돌의 보리굴비정식

수상레포츠를 즐긴 후 뭘 먹을까? 푸짐한 상차림이라면 더 포만감이 들겠다. 맛깔스런 손맛까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일터.

오랜 가뭄과 더위에 입맛조차 껄끄러워진 요즘, 수도권에서 제대로 된 남도의 손맛을 접할 수 있는 집이 있다. 양평 북한강 수계 수상레포츠 지역과 지척에 자리한 경기도 광주 퇴촌 소재 '이시돌'이 그곳이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이 집의 음식 맛에 감탄해 "군자의 격식과 품격을 갖춘 상차림"이라고 극찬하며 즉석에서 한시까지 지어줬을 정도다.

수년 전 이 집이 계룡산 자락 동학사 인근에 자리하고 있을 적에 찾았던 도올 선생은 저서의 여백에 난(蘭)을 친 후 칠언절구(七言絶句)를 써내려갔다.

'鷄龍精氣涵山菜(계룡정기함산채) 君之精誠更發香(군지정성갱발향)'-'계룡의 정기가 길러낸 산채를 군자의 정성이 향기 나게 만들다'-

미식가들 사이 이 집의 명성은 자자하다. 특히 계룡대 장성들, 기관장, 단체장, 정치인, 대덕연구단지 박사들까지 각계각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집을 드나드는 명사들은 한결같이 '미식에도 격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쯤 되면 '대체 어떤 집이 길래?' 의문이 든다.

이 집에서는 남도정식 등 푸짐한 상차림을 접할 수 있다. 홍어, 홍어애 부침, 떡갈비, 더덕철판구이, 오리고기훈제, 황태찜, 시래기탕 등 한 결같이 맛깔스런 음식들이 단골들의 인기 메뉴다. 특히 들깨를 갈아 끓여낸 구수한 시래기탕은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명품이다. 요즘처럼 여름철에는 보리굴비정식이 인기다. 전라도의 맛깔스런 김치는 기본이고, 김장아찌, 나나스키(물외장아찌), 간장게장, 떡갈비, 훈제오리, 각종 산나물 등 20종류가 넘는 반찬이 알배기 보리굴비와 더불어 상에 오른다. 시원한 찻물에 밥을 말아 꼬들꼬들 짭조름한 보리굴비 한 점을 같이 하자면 여름철 이만한 음식 궁합이 또 없다. 이 집 음식은 MSG의 느끼한 맛 대신 한결같이 '갱미'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을 뿐더러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마늘, 생강 같은 자극적인 향신료조차도 쓰지 않는다. 때문에 음식에서는 전체적으로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주인은 장맛을 자랑한다. 직접 담그는 된장, 고추장, 조선장 등이 일품이란다. 장맛과 더불어 음식 맛의 또 다른 비결은 소금이다. 고가의 토판 염만을 고집하고 있다. 토판 염은 정제염 등과는 달리 쓴맛이 없고 짭조름 달달한 맛을 내며 음식 맛을 살려준다.


이시돌
이처럼 제대로 된 음식으로 명사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비결은 다름 아닌 주인 염대수씨(59)의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감과 정성에 있다.

염씨는 "음식 맛의 기본은 '정성'이며, 제대로 된 식재료를 바탕으로 상차림의 격식, 맛의 깊이에도 같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세월 전남 구례 지리산자락, 나주, 목포, 공주 등지에서 음식 맛을 배우고 연구하며 익혔던 손맛과 나름의 철학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염 씨는 젊은 시절 경제신문사에 몸담고, 중견 기업 임원에 88서울올림픽 때에는 패션 페스티벌에 참여하는가 하면 대학 강단에도 서는 등 다재다능한 이력의 소유자다. 특히 뉴욕 맨해튼 레스토랑에 근무하면서는 세계 각국의 음식도 접했다. 이때 그는 '문화와 전통이 배어있는 한 나라의 음식은 국적 불명의 퓨전이란 명분으로 대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 같은 염 씨의 다양한 이력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져 오늘날 그만의 손맛과 서비스 마인드, 경영철학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염 씨의 경영철학 중 가장 큰 근간은 '자신 있게 차려낸 우리 한식에 대한 자부감'이다. 때문에 그는 "무작정 비굴한 듯 한 서비스로 음식 맛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손님에게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데 쓰는 열성을 차라리 맛난 밥상 차리는 데에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 쯤 되니 계룡산 시절 전국의 단골들이 "남도에서도 먹기 힘든 음식을 수도권에서 먹게 되어 행운"이라며 다시 퇴촌으로 모여들고 있다.

염대수 씨는 음식점을 시작하려는 베이비부머 퇴직자 등 이 분야 초보자들에게 맛의 비결과 음식 철학 등을 나눠 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제대로 된 음식문화를 전파할 전도사들이 이 땅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지리산 야생차 시음 도 할 수 있다
퇴촌 한적한 산길을 따라 이어진 도로 옆에 자리한 이시돌의 주변 환경도 운치 있다. 식당 건물 옆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마당에는 큰 느티나무와 벚나무, 소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텃밭에서는 질경이, 민들레, 두릎 등 소담한 밥상을 채워줄 야채가 자라고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통유리 창이 설치된 차 마시는 공간이 눈에 띈다. 밥 안 먹어도 차 마시고 가는 단골들 위해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다탁(茶卓)이 놓여 있어 지리산 야생녹차 시음도 가능하다. 4인 탁자들이 놓인 일반실과 6인, 20인, 2개의 24인 룸 등 별실도 마련돼 있다. 오전 11시~오후 9시 영업. 보리굴비정식 2만 5000원. 올림픽대로~미사리~팔당댐~퇴촌. 잠실에서 30분소요(강남 40분, 분당 40분). 내비게이션 입력: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정영로 877(영동리 243번지). (031)761-0112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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