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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허지웅으로 시작된 토익 시장 혼탁 조짐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4-06-25 16:37 | 최종수정 2014-06-26 10:15


최근 영어강의업체인 에스티앤컴퍼니(영어단기학교)가 연예인을 동원한 TV CF에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는 등 과열 경쟁으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영어강의업체들이 너도나도 스타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교육생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문제가 된 광고는 에스티앤컴퍼니에서 제작한 성시경-허지웅의 영어단기학교(영단기) 토익 TV 광고다. 방송인 허지웅이 빨간색-파란색 토익 책을 바닥에 던지며 "한참 전 토익 문제들 모아놓은 이거"라고 말하면 성시경이 "요즘 누가 그걸 봐"라고 던진 책을 비하하는 말투로 맞장구를 치는 내용이다. 이어 성시경-허지웅이 "아직도 토익이 영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니까"라며 교재를 통한 영어 공부 방식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결국 이런 내용들이 문제가 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4일 경쟁사인 해커스토익 교재에 대한 비방 광고라고 에스티앤컴퍼니에 공표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스티앤컴퍼니는 2012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TV, 인터넷, 극장, 지하철 영상 광고 등을 통해 경쟁사업자인 해커스어학원의 '해커스토익' 교재를 비방했고, 빨간색-파란색 토익 교재 2권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광고와 '토익, 빨갱이 파랭이만 믿은 게 함정'이란 온라인 광고를 진행해왔다. 광고에서 문제가 된 빨간색-파란색 토익 교재는 일반적으로 해커스토익 교재를 상징하는 것이다. 해커스토익 교재는 통상 '빨갱이 파랭이'로 불린다. 해커스토익은 지난 2005년 교재 출간 때부터 빨간색-파란색 표지를 사용하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후발 사업자인 에스티앤컴퍼니가 기존 유력 사업자인 해커스어학원을 의식해 공격적인 홍보 활동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비방 광고를 통한 불공정 경쟁은 신속하고 엄중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커스어학원 관계자는 "교육업체에서 타사를 비방하기 위해 객관적인 근거 없이 TV광고로 교재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도저히 좌시할 수 없어 공정위에 신고했다"면서 "이번 결정을 통해 비방 등의 법을 위반하는 광고로 부당하게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퀄리티를 높여 소비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티앤컴퍼니 측은 "특정 업체에 대한 비방 의도를 가지고 광고를 한 게 아닌데 의도치 않게 그렇게 비쳐졌다"면서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시정명령으로 토익 시장에서 광고를 둘러싼 경쟁사들 사이의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진흙탕 싸움을 계기로 토익 시장의 마케팅이 과열·혼탁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토익 시장은 유명 강사 중심의 마케팅 또는 인터넷강의 이벤트, 교재와 강의 퀄리티 등으로 경쟁을 펼쳤던 곳이다. 그런데 에스티앤컴퍼니가 영단기 TV 광고를 통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성시경-허지웅을 모델로 내세워 상대를 비방하는 마케팅을 펼치면서 뜨거운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스타 마케팅과 동시에 네거티브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본 셈이다. 실제로 영단기 광고 이후 에스티앤컴퍼니는 토익 관련 매출과 학생수가 늘어났다.

에스티앤컴퍼니 측은 "광고 때문에 성장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높은 강의 퀄리티가 학생들에게 통한 것으로 본다. 다만 광고를 통해 인지도 상승효과는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2010년부터 토익 시장에 뛰어든 후발 주자 에스티앤컴퍼니가 이번 마케팅을 통해 확실히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영단기' TV 광고로 촉발된 토익 시장의 마케팅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전통의 영어학원인 파고다어학원은 최근 TV 광고에서 가장 핫한 모델인 KBS '개그콘서트' 출신의 인기 개그맨 조윤호를 모델로 발탁하며 스타마케팅을 시작했다. 파고다어학원은 영어교육 중에서도 특히 토익 시장에 조윤호를 투입했다. 심지어 교육방송 EBS의 토익교재 '토목달(토익목표달성)'은 개그맨 조세호와 남창희 콤비를 광고모델로 선정해 광고를 제작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 토익 시장에 본격적으로 스타마케팅 경쟁이 펼쳐진 것이다.

대형 영어학원들의 스타 마케팅과 네거티브 마케팅은 치열한 토익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일 순 있다. 그러나 대형 학원들이 강의 연구와 교재 개발에 힘을 쏟기보다는 눈길을 사로잡는 마케팅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당장의 효과를 노리고 비싼 스타 모델을 기용한 것 자체가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겠다는 의미로 마케팅 비용 상승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토익 시장에서 이런 마케팅 비용 상승은 결국 학생들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토익 교재 가격 인상 또는 학원 수강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생들 입장에선 잠재적으로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익 시장의 과열 경쟁이 안 그래도 토익과 취업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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