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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커머셜 사모 영구채 발행…정태영 사장 현대차 금융계열 분리 잰걸음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4-06-19 10:07


현대커머셜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선다. 현대커머셜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5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영구채를 사모방식(이하 사모 영구채)으로 발행했다

사모 영구채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면서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채권이다.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현대커머셜의 사모 영구채는 HMC투자증권에 매도됐다. 발행금리는 5.8%로 5년마다 금리는 재조정된다.

현대커머셜이 사모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자본 확충을 위한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2012년 7월 여신업계의 레버리지 규제(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제)를 도입, 2015년 12월까지 레버리지 배율(총자산/자기자본)을 10배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2013년 말 기준 현대커머셜의 레버리지 배율은 11.32배로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게 증권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현대커머셜이 자본확충에 있어 사모 영구채를 발행한 이유다. 사모 영구채는 다른 채권보다 상환순위가 뒤에 있어 위험성이 높은 채권으로 분류, 발행사의 이자부담이 크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현대자동차가 현대커머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현대커머셜이 5.8%의 사모영구채를 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모 영구채 발행은 정태영 사장의 금융계열 분리 위해?

이와 관련, 증권가는 정태영 현대커머셜 사장이 현대차의 금융계열 분리를 위한 움직임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정 사장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 지분과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지분을 각각 5.54%, 38.05%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이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의 핵심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중 규모는 작지만 정 사장과 부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이 개인지분을 50%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계열사다.

정태영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고, HMC투자증권(옛 신흥증권)과 현대라이프(옛 녹십자생명) 등의 인수·합병(M&A)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현대차의 금융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차녀 정명이 고문의 남편이기도 하다. 재계 안팎에서 정 사장이 현대차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금융계열사를 이끌 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일례로 정 사장은 파격적 마케팅을 바탕으로 현대카드 사장 취임 이후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고, 현대캐피탈의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국내 금융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금융계열사 수익 악화로 정 사장 입지 좁아져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정 사장이 이끌고 있는 3개 금융사가 경기 불황, 수수료 체계 개편, 수익성 악화 등이 겹치며 실적이 좋지 않다. 게다가 정몽구 회장의 외동아들이자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금융사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 분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정 사장의 경영능력이 발휘돼야 할 때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M&A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현대라이프는 2012년 395억원, 2013년 3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1000억원의 유상증자에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이 참여하며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사장이 현대커머셜의 자본확충을 위해 계열사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자신의 입지 뿐 아니라 경영능력에 흠집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헌대커머셜은 (정 사장과 정명이 고문에게) 지배구조 뿐 아니라 향후 경영승계를 위한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라며 "유상증자를 통해 계열사에 부담을 주거나 현대차와 50:50의 지분구조가 변하는 것을 염두에 둔 움직임인 듯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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