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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공룡' 이케아의 요란한 상륙, 말로만 상생 외치나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4-06-16 10:19


올해 말 정식 오픈하는 '가구 공룡' 이케아가 말로만 국내 가구업계와의 상생을 외쳐 눈총을 사고 있다.

이케아는 194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홈퍼니싱기업. 전 세계 42개국에 34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44조원의 매출 기록을 세운 세계 최대 가구업체다. 오는 12월 경기 광명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5개 매장을 경기 고양시를 비롯해 서울 고덕동 등지에 오픈한다.

국내 가구업계 생태계를 위협할 거대 공룡의 상륙이라 2011년 12월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이후 업계에선 이케아의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더욱이 1호점이 문을 열게 되는 광명지역 소상공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케아는 그간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 제스처를 취해왔다. 이케아는 지난 4월 광명지역 소상공인연합회와 '광명시 가구유통산업의 보호 및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 지역사업 적극 협력과 광명시민 우선 채용, 사회공헌사업 적극 참여 등을 약속했다. 더불어 광명 1호점 내 매장 일부를 공동전시, 판매장으로 만들어 광명시 가구조합에 5년간 무상으로 임대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행 사항을 들여다보면, 이케아가 과연 상생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공동 전시 판매장의 위치. 이케아가 현재 약속한 공간은 1층 주차장 출입구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접근성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상인들은 "쇼핑을 마친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다시 지갑을 열 일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주목도가 떨어지는 주차장에서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국내 가구산업을 연구하는 아수라백작 가구연구소의 정명렬 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케아는 협약 당시 '일부'라는 단어를 넣음으로써 공동 전시 판매장이 매장 내부가 될지, 주차장이 될지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상생 협약을 적극적으로 지킬 의지가 있다면 이 공동 전시 판매장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가는지, 제품군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미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공동 판매장 협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케아 광명점 인근에 롯데그룹의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서고, 연결 통로까지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불씨를 예고하고 있다. 2만8000㎡의 롯데아울렛 광명점과 7만8200㎡ 규모의 이케아 매장이 연말 오픈하고, 여기에 기존 코스트코 매장까지 더해지면서 원스톱쇼핑이 가능해지는 복합 쇼핑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케아와 롯데는 새로운 상권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너지 효과를 얻겠지만, 광명 구도심의 상권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광명점 500명 채용' 역시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케아는 지역 상생 차원에서 광명점에 정규직 500명을 채용한다고 했는데. 이는 파트타임까지 포함한 수치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케아 측은 이후 최대한 의견을 조율해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2호점이 예정된 고양시에서도 연착륙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케아는 경기 고양시 원흥지구에 5만1297㎡ 규모 부지를 사들이며 2호점 개장을 계획하고 있으나, 고양시 가구 상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엔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이케아의 고양시 입점 반대안이 의결되기도 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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