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의 병폐를 척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이 철도 분야다.
철도업계에선 이번 수사를 계기로 철피아와 관련해 현대로템도 주시하고 있다.
툭 하면 고장 나는 KTX-산천
하지만 현대로템 제작 철도차량은 그동안 잦은 고장으로 물의를 빚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예가 2010년 코레일에 납품한 KTX-산천 60량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TX-산천은 2010년 3월 첫 운행 이후 지난해 7월까지 총 95건의 차량고장이 발생했다. 또 하자도 333건이나 됐다. 신규차량임에도 이렇게 고장이 잦고 하자가 많은 것에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밖에 없다.
KTX-산천은 운행 7개월만인 2010년 10월 부산 금정 터널 안에서 멈춰 섰다. 2011년 2월에는 경기 광명역 입구 일직터널에서 KTX-산천이 탈선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새 차량의 고장이 잦자 코레일은 2011년 현대로템에 리콜을 요청하고 70억원대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KTX-산천의 고장이 계속되자 감사원까지 나서 감사를 벌였고, 2012년 감사결과 발표에서 "코레일은 KTX-산천이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57건의 결함을 알면서도 KTX-산천 60량을 인수해 운행했다"고 결론지었다. 현대로템과 코레일과의 유착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감사결과였다.
현대로템의 현재 경영상황과 이 회사를 둘러싼 주변을 점검해 봐도 철피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사외이사진이 전형적인 방패막이 관피아 인사로 채워져 있다.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관피아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하복동 전 감사원 감사위원,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송달호 전 원장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0월 기업공개를 통해 증시에 상장됐다. 현대로템은 상장을 앞두고 사외이사진을 꾸렸다. 지난해 3월 진 전 금융위원장, 4월 송 전 원장이 잇달아 사외이사로 영입됐고 하 전 감사위원은 올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특히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현대로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송달호 전 원장이 이 회사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일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철도관련 기술 연구활동 뿐만 아니라 완성차의 인증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철도 차량의 경우 성능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다.
철도차량 완성차 검사기관 두곳에 현대로템 퇴직자 5명 재직
국토부의 규격요건에 맞춰 철도차량이 제작되었는지 검사하는 민간 검사기관 2곳도 코레일 퇴직 임직원과 현대로템 퇴직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부실검사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신규 철도차량 검사를 도맡아 하고 있는 ㈔한국철도차량엔지니어링과 ㈜KRENC에는 현대로템 퇴직자가 각각 2명과 5명의 검사원이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근 의원은 "신규 철도차량의 안전에 대한 검사를 사실상 차량 판매자와 구매자가 결정했다"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해피아'와 유사한 구조로 국민안전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즉각 실태파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로템 측은 철피아 유착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관피아 사외인사진과 관련, "그 분들은 사외이사 고유업무를 할 뿐"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검사 기관에 현대로템 퇴직자가 재직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회사 직원이 4000여명이다. 퇴직자 분들이 어디에서 일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