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한 봉지에 설탕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요즘도 하루에 커피믹스로 탄 커피 4~5잔은 기본으로 마신다는 김씨는 "나이도 있는 만큼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커피믹스의 설탕 함량에 부쩍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동서식품, "커피믹스 설탕 함량은 기업비밀"
동서식품 커피믹스의 오랜 역사를 보더라도 이 회사 커피믹스는 30대 이후 거의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 익숙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976년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성장세를 이어온 까닭이다. 이에 비해 남양유업과 롯데칠성은 지난 2010년 커피믹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다국적기업인 한국네슬레는 1989년부터 국내에서 커피믹스를 판매해 왔으나 동서식품의 벽을 넘지못한 채 시장점유율은 미미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상품은 한국을 대표하는 1회용 봉지커피인 셈이다.
김씨의 질문을 받은 기자는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포장지 겉면을 확인해 봤다. 김씨의 말대로 겉면에는 1봉지당 12g인 커피믹스의 원재료로 '커피 13.3%, 백설탕, 식물성크림(물엿·식물성경화유지·천연카제인·제이인산칼륨·제산인산칼슘)'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커피 함량만 알 수 있도록 했고 나머지 원재료의 함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동서식품 관계자는 "그것은 기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회사 커피믹스 봉투의 원재료 표시는 법률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식품위생법 상 식품표시 고시에 따르면 동서식품의 설명은 일리가 있다. 함량은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원재료를 많이 사용한 순서에 따라 공개하면 그만이다. 카페인 성분은 별도 규정에 따라 일정량 이상이면 공개해야 되기 때문에 커피믹스 한 봉지에 13.3%의 커피가 들어있다는 설명만 한 것이다.
다만 식품 중에서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료류와 캔디류, 빵류 등은 원재료와 함께 영양성분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
당분과다 섭취는 당뇨병 등 유발
그런데 동서식품과 남양유업, 롯데칠성 등 국내회사들과는 다르게 다국적 기업인 한국네슬레의 커피믹스 제품인 네스카페에는 영양성분이 표시돼 있어 당분이 얼마인가를 알 수 있었다.
이는 식약처 고시 상 커피믹스 제조회사에게 의무사항은 아니다. 네슬레측이 자율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네스카페의 영양성분 표시에 따르면 12g의 이 회사 커피믹스 한봉지에는 당류가 6.2g(전체 탄수화물은 9.4g)이 들어있다. 설탕은 영양학적으로 탄수화물의 일종인 대표적인 당류로 네스카페 커미픽스 당류 성분의 주를 이룰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성인남성 기준 하루 당분 권고량으로 제시한 것은 약 25g.영양성분을 공개한 네스카페 커피믹스 4봉지만 물에 타 먹어도 하루 필요한 당분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커피믹스에 얼마나 많은 당분이 포함돼 있는이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WHO는 과도한 당 섭취가 비만과 당뇨병, 충치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이번에 종전보다 당분섭취 권고량을 절반으로 줄인 안을 내놓았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동서식품을 비롯한 국내 커피믹스 제조회사들도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최대한 빨리 정확한 당분 함량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올해내로 커피 제품에도 영양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