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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코레일 서울역 고객서비스 뒷전에 분통 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4-02-03 15:45


서울역 2층에 있던 코레일 멤버십라운지가 코레일의 수익사업 일환으로 들어선 디자인 문화상품 매장으로 변경됐다. 이 사실을 모르고 서울역을 찾은 귀성객들은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최만식 기자



코레일(한국철도공사)가 철도 수요가 급증한 시즌을 맞아 고객 서비스 '옥에 티'를 남겨 빈축을 사고 있다.

코레일이 최근 가장 빈번하게 강조했던 말이 '고객 서비스'였다.

지난해 최악의 철도노조 파업 사태가 힘겹게 일단락되고 새출발을 할 때도, 지난 설 명절 특별 수송기간을 맞이 할 때도 단골 메뉴로 등장한 단어가 '고객 서비스'다.

특히 이번 설 연휴를 맞이해서는 전국 주요 역에서 다양한 즐길거리를 선보이며 귀성객들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업그레이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 역에서는 풍물패, 국악, 색소폰 및 통기타 연주 등 설맞이 콘서트와 전통놀이 체험 등의 이벤트가 펼쳐졌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서비스에 급급했던 모양이다. 고객들이 정작 불편했던 점은 살피지 못했다.

지난 30일 귀성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던 직장인 김재원씨(49)는 무늬만 코레일 멤버십 라운지 때문에 좋았던 귀성 기분을 망쳤다.

무릎 관절 수술차 서울 아들집에 머물던 칠순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울산 고향으로 내려가려던 김씨는 명절 교통체증을 피하느라 열차 출발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서울역에 도착했다.


김씨는 그동안 늘 그래왔듯이 서울역 역사 2층에 있던 멤버십 라운지를 찾았다. 서 있기도 불편하신 어머니를 멤버십 라운지에 모셔 편안하게 열차를 기다리게 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멤버십 라운지는 온데 간데 없었다. 멤버십 라운지가 있던 자리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쇼핑 매장이 들어섰고, 1월 17일부터 개장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 매장은 세계 각국의 문화상품을 담은 디자인 스토어로, 코레일이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임대를 한 곳이었다.

김 씨는 수소문 끝에 멤버십 라운지가 3층으로 이전했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옮겼지만 또 허탕을 쳤다. 이전된 멤버십 라운지는 외부 벽면만 설치돼 있을 뿐 사용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었다.

입구에 2월 개장 예정이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결국 김씨는 귀성객들로 북새통인 서울역 대합실(맞이방)에서 대다수 다른 귀성객과 마찬가지로 마땅히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서성거리다가 열차를 타야 했다.


설 연휴기간에 찾은 서울역사 3층의 멤버십라운지는 공사가 끝나지 않은 채 굳게 닫혀있었다. 개장 시기를 2월말로 연기한다는 안내문이 고객을 맞았다. 최만식 기자


김씨는 명색이 한국의 대표 역이라는 서울역에서 멤버십 회원들에게 이같은 불편을 겪은 것에 대해 몹시 불쾌해했다. 김씨는 "별다른 사전 예고도 없이 그나마 유일했던 쉼터였던 라운지의 이전 공사가 왜 늦어졌는데 명확한 설명도 없었다"면서 "새로 들어선 쇼핑 매장이 1월 17일 오픈했다면 라운지 이전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을텐데 설 연휴가 될 때까지 방치한 이유를 모르겠다. 이게 고객 서비스냐"고 질타했다.

이제 100일 지난 어린 자녀를 안고 귀성길에 올랐던 주부 양모씨(30)도 김씨와 마찬가지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양씨는 많은 인파에 울며 보채는 아기를 안고 멤버십 라운지 등 제대로 앉을 곳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역사 내 햄버거 전문점에서 원하지도 않는 햄버거 1개를 주문하고 매장내 테이블 자리를 간신히 얻어 멤버십 라운지를 대신했다.

양씨는 "서울역에 도착하기 전에 코레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검색해보니 12월말까지 이전 공사를 한다고 돼 있길래 이걸 믿고 왔다가 속은 기분이다"면서 "보통 명절 연휴 때면 귀성 혼잡을 감안해 여유있게 역에 도착하지 않나. 라운지 공사가 미처 끝나지 않았다면 잠깐 앉을 수 있는 다른 대체 공간이라도 마련하는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이번 설 연휴 동안 서울역을 찾았다가 사라진 멤버십 라운지 때문에 불편을 겪은 은 귀성-귀경객들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특히 코레일은 멤버십 라운지를 이전하면서 고객 서비스는 커녕 고객을 기만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해 11월 26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서울역 멤버십 라운지를 확장된 공간으로 이전해 보다 나은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자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새롭게 단장된 모습을 찾아뵙겠다'며 12월 말까지 라운지 운영을 중지한다고 고객의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당초 약속했던 12월 말까지 운영 중지는 2월 말로 연장된 채 설 귀성객을 맞이하지 못했다. 현재 서울역사 3층의 신규 라운지 입구 앞 안내문에는 '더욱더 쾌적한 내부 인테리어 환경 조성을 위해 오픈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며 오픈 일정을 2월 말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홈페이지 공지사항 코너에는 '12월 말까지 운영 중지' 안내 이후 오픈 일정 연기에 대한 안내는 보이지 않았다.




코레일은 지난해 11월 26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멤버십라운지를 12월 말까지 신축 이전한다고 안내했다. 이후 공사가 연기됐지만 이에 대한 공지문은 보이지 않았다.


'확장된 공간으로 이전한다'는 코레일의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디자인 스토어가 들어선 2층의 기존 공간 면적은 351㎡(26×13.5m) 가량인 반면 3층 신규 라운지 면적은 279㎡(31×9m)로 오히려 규모가 축소됐다.

이 때문에 코레일이 수익 임대사업에 비해 고객 서비스는 소홀히했다는 지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내부 인테리어 등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공사가 지연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파업사태까지 겹쳐 어려움이 있었다"며 "고객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철도노조 파업은 주로 열차 기관사들이 참가했고 고객 편의시설 리모델링 공사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레일의 해명도 궁색해 보인다.

파업 사태를 통해 거듭나겠다는 코레일은 고객의 '안전'과 '편리함'을 강조했다. 2월 말까지는 졸업·입학, 봄방학 등으로 여전히 철도 성수기지만 코레일의 느림보 행정으로 '편리함'을 양보해야 한다.

서울역은 지난해 코레일이 선정한 '2013 베스트 스테이션' 대상을 받았던 최고의 역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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