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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화승그룹, 글로벌 경영에 내치는 소홀?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4-01-13 14:57


2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화승그룹은 글로벌 경영을 앞세워 성장하고 있는 재계 중견 그룹이다.

2008년 2조20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은 2012년 4조3000억원으로 두배 가량 상승했다.

베트남에 43만㎡(13만평) 규모의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등 해외에 18개 사업장이 있을 정도로 글로벌 경영에 힘을 쏟은 결과다. 화승그룹은 글로벌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 오는 2020년에는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고영립 회장도 자동차 부품과 스포츠 패션브랜드, 정밀화학, 종합무역 등의 사업군에서 '글로벌 넘버 1'을 이룬다는 목표아래 세계경영을 그룹의 핵심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화승그룹의 글로벌 경영, 내치에는 실패했나?

화승그룹 일부 계열사 임원들이 납품업체들로부터 갖가지 방법으로 총 12억5600만원 상당의 금품수수를 했다가 무더기로 적발돼 '글로벌'을 외쳐온 그룹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글로벌 경영에만 치중하다가 '내치'에는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이들의 비리가 오랫동안 지속된데다, 납품업체들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나 그룹 내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부산지검은 지난 8일 화승그룹의 계열사인 화승소재 임원 4명과 화승알앤에이 임원 1명 등 총 5명의 비리를 적발해 배임수재 혐의로 4명은 구속 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발표 당시 2명의 임원은 해임된 상태였다. 하지만 3명의 임원에 대해서는 회사측으로부터 아직 징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속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그룹측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임되지 않은 3명의 임원에 대해선 현재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검찰에 기소된 화승그룹 계열사 임원들은 전형적인 '갑의 횡포' 연장선상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검찰에 따르면 화승알앤에이 임원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하지 않은 일부 납품업체는 일방적인 거래중단으로 부도가 난 것으로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임원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금품 일부를 상납하는 등 조직적인 비리사슬을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번에 구속 기소된 임원 A씨는 동료와 공모해 2008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납품업체 3곳으로부터 매월 1000만원을 월급형식으로 받고 고급승용차 등 총 5억25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또다른 임원 B씨는 2008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3개의 납품업체로부터 부당한 청탁을 받고 1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B씨는 받은 금품 일부 및 회사내 직원으로터 상납받은 금품을 또다른 임원에게 상납했다.

임원 C씨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납품업체를 설립한 후 재직 중인 회사에 납품을 하도록 만든 뒤 이익을 챙겼다. 또 중국법인의 대표로 재직했던 임원 D씨는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를 불법 환치기해 국내로 반입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갑의 횡포'

억대 연봉을 받은 고소득자였던 이들은 대담하게 수표를 받고 본인계좌로 납품대가를 수수받는 '도덕 불감증'을 드러냈다.

이들은 납품대가로 받은 금품으로 부동산과 주식, 명품을 구입하는 등 사치와 재산 증식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임원의 집을 압수수색한 금고 안에 납품업체에서 받은 돈으로 구입한 샤넬, 루이뷔통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명품시계와 가방, 보석이 진열돼 있어 검찰 관계자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외부로 드러난 화승그룹 계열사들의 횡포는 이번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3월 자동차 부품회사인 화승알앤에이가 하도급업체들에게 어음할인료와 어음대체결제수수료 등 5억3077만원을 미지급한 행위를 적발, 과징금 4억6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같은 공정위의 징계에도 '갑의 횡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적절한 대비책이 나오지 않아 임원들의 금품수수는 지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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