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공기업에서 민영화를 선언한 포스코. 태생적 한계는 정권이 바뀌면 회장이 바뀌는 게 수순으로 여겨진다. 최근 정치권 관련 인사와 관계된 기업을 높은 가격에 인수합병(M&A) 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11월 검찰이 포스코의 손자회사인 포뉴텍 압수수색이다. 검찰은 원자력발전소 납품비리 수사 일환으로 포뉴텍의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삼창기업이 포스코ICT에 인수될 당시 재무 자료 등을 토대로 인수가 부풀리기 의혹도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는 정치권 실세 관련 개입 의혹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민영화가 됐지만 공기업에서 출발해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그동안 맺어왔다는 게 이유다. 게다가 인수가를 높게 책정한 형태의 비슷한 인수합병(M&A) 사례가 의혹을 키운다.
일례로 NK스틸의 인수 당시 정치권 실세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NK스틸은 포스코NST로 이름을 바꿔 계열사로 편입됐다.
포스코는 2010년 NK스틸을 377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업계는 NK스틸의 가치를 100억원 안팎으로 평가했다. 부채가 200억원 가량에 있었던 만큼 시장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정치권 실세의 개입에 따른 특혜 인수 의혹이 제기됐다.
포스코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NK스틸 인수에 정치권 연루는 없다"며 "자산인수 방식으로 인수한 만큼 사실상 비싸게 인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NK스틸의 전신이 동보스테인레스라는 점이다. 동보스테인레스는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이 설립한 회사다.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의 측근으로 '1997년 김현철 비자금 수사' 당시 핵심 인물로 떠오른 바 있다.
수사 당시 검찰은 동보스테인레스의 설립 자본금 중 일부가 김현철씨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였다. 또 검찰 조사에서 포스코(당시 포항제철)가 동보스테인레스에 철강판매권을 넘기기로 사전에 결정을 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보스테인레스는 포스코로부터 부산 영남권 등 스테인인레스 물량 판매 대행을 맡았지만 운송과 가공 등은 포스코가 맡았다. 사실상 전화만 받으며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동보스테인레스의 지분과 수익금이 현철씨에게 넘어간 혐의도 일부 파악하기도 했다.
동보스테인레스는 1999년 남광스틸로 상호를 변경했고, 2002년 NK스틸로 상호를 또 바꿨다. 2010년 NK스틸은 포스코에 매각됐다. 포스코의 NK스틸 인수를 두고 잡음이 생기는 이유다.
포스코 관계자는 "업계에서 나도는 정치권 연루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2010년 NK스틸을 인수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회사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부산 영남권 등 영업망이 붕괴되면 구축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판단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내용의 정치권 외압 의혹은 2010년 3월 발전설비 해양플랜트모듈 제작 전문기업 성진지오텍 인수 건이다. 성진지오텍은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가입한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의 손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회사로 2009년 부도 직전에 몰렸던 곳이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이 같은 부실기업의 지분 40.37%(1234만 5110주)을 1593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포스코는 제1대주주인 전정도 회장의 지분 440만주에 대해 3개월 평균주가인 8300원선에 90%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1만6300원에 사들였다. 일부 부실이 드러난 기업을 높은 가격에 인수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않았겠느냐는 궁금증이 일었다. 검찰과 국세청은 조사과정에서 관련 의혹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