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취업시장은 여전히 어려웠다. 구직자는 취업난,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었다. 더딘 경기회복 속에서도 정부의 계획에 맞춰 일자리 창출은 있었지만, 구직자들이 속 시원하게 체감하는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100인 이상 기업 435개사를 대상으로 '2013년 채용동태 및 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신규인력 채용규모는 전년에 비해 2.8% 소폭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대기업이 3.2% 증가인 반면, 중소기업은 4.9% 감소로 나타나 채용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두드러졌다. 증가율도 '1000인 이상 대기업'(3.4%)이 가장 높아, 기업 규모가 클수록 채용에 적극적이었다.
내년도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사들은 채용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늘릴 것으로 밝혔다. 공공기관도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1만5372명)보다 1300여명 늘어난 1만6700명을 채용할 것으로 집계된 것.
▲ 중소기업 구인난은 여전
고용노동부의 10월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대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의 미충원 인원이 9만3,000명인데, 92.5%가 중소기업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충원인원이란 기업들의 구인 인원에서 채용 인원을 뺀 것인데, 구인-구직 미스매치로 인한 직접적인 인력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다.
▲고졸 채용 증가 추세 이어가
올해 고졸 채용 증가 추세는 대졸보다 많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고졸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소폭(5.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대졸 채용 증가율(1.8%)보다 3.3%p 높은 수준이다.
또, 사람인이 올 하반기 공채 시즌에 기업 244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절반이 넘는 52.1%의 기업이 하반기에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는 2013년 3분기까지 공공기관 고졸채용 규모(1106명)는 2012년도 3분기(890명)보다 24% 정도 증가됐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창출 방안 줄이어
'고용률 70% 달성'과 관련된 키워드는 올해는 물론 앞으로 몇 년간은 사회면에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12년부터 2017년 사이에 시간선택제 일자리 93만개(전체 신규 일자리의 39%)를 창출하여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적극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무원 4000명, 공공기관 직원 9000명을 시간선택제로 채용할 예정이며 삼성, 롯데, 신세계, 포스코 등 대기업도 박람회를 통해 약 1만명을 채용하기로 전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대한 혜택과 포상 역시 확대되어 앞으로 취업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 정부는 기업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채용하면 1년간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했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우수한 정책에 대해 해당부처와 담당 공무원에게 인사 우대나 포상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지역별 채용 현황, 수도권 집중 여전
사람인이 통계청 취업자수를 분석한 결과, 올 3분기(7~9월) 취업자수는 2541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7%(42만 1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609만 6000명, 24%)가 가장 많았고, '서울특별시'(512만 4000명, 20%)가 바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부산광역시'(164만 6000명, 6%), '경상남도'(163만 6000명, 6%), '인천광역시'(146만 명, 6%), '경상북도'(141만 6000명, 6%), '대구광역시'(118만 9000명, 5%), '충청남도'(118만 6000명, 5%) 등의 순이었다. 즉, 절반이 수도권(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 지역에서 고용되었다.
▲취업 성공 스펙 평가? 필요성 감소
아직도 몇 개의 스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취업의 성패가 갈린다고 생각하는 구직자들이 많지만, 올해도 취업시장에서 스펙을 타파하는 움직임이 많은 한 해였다.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166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스펙 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51.8%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스펙이 실력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서'(53.5%,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특히, 신뢰도 낮은 스펙으로는 출신학교(학벌)'(39.5%, 복수응답), '학점'(38.4%), '토익 등 공인어학성적'(33.7%), '학력'(31.4%), '해외경험'(19.8%) 등의 순이었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25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64.2%가 스펙을 '서류전형 시 최소한의 자격요건 혹은 지원 적격 여부 판단을 목적으로 활용한다'라고 답했으며, '채용 전형의 핵심으로 활용한다'는 기업은 9.5%에 그쳤다.
실제로 SK와 KT는 올해 오디션 방식을 도입했고, 현대자동차는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이색 채용을 진행하며 스펙보다는 지원자 본연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