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로 축제" "찾아가는 무형문화재 작은 음악회" 등으로 시민은 물론 소외된 어르신들을 찾아 18년째 묵묵히 무료 공연을 펼쳐오고 있는 소리꾼이 있어 화제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준보유자 정옥향 명창이다.
1996년, 2002년, 2009년에 이어 네번째 완창발표회를 가지며 양암 정광수(1909-2003)의 <수궁가>의 수제자로 맥을 잇고 있는 정옥향 명창의 <수궁가>는 유성준-정광수-정옥향으로 이어진다. 고 양암 정광수 선생은 전남 나주 출생으로 64년 판소리계 최초로 인간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의 예능 보유자)다.
정광수는 근대의 동편제 명창 유성준(1873-1944)에게 <수궁가>를 배웠다. 정광수의 <수궁가>는 유성준으로부터 시작된 고제(古制)<수궁가>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소리로 알려져 있으며, <수궁가>의 본질을 가장 표현하는 대표적인 소릿제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기품있는 발림이 좋고 뛰어난 단전성음과 휘어 감아 돌아가는 자진모리의 흐드러진 장단은 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정광수로부터 제자 정옥향은 '소리가 실하고 구성지며 발림에 절도 있고 중하성(中下聲)을 잘 구사한다'고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 무료공연을 펼치는 '찾아가는 무형문화재 작은음악회'는 소외된 노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정 명창이 마련한 것으로 20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에대해 정 명창은 "예술가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공연에 임한 찾아가는 음악회는 이를 통해 웃음을 찾고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껴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밖에 종로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와 정월대보름맞이 선유도축제, 3·1절 기념 국악행사, 광복절 기념 국악무대, 하이서울축제, 서울무형문화재축제, 재야의종축제, 양양현산문화제·송이축제·해돋이축제 등을 주관하며 우리 전통의 맥을 계승하고 봉사하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정 명창은 국내 공연 뿐 아니라 그동안 미국과 일본, 사할린 등지에서도 재외동포 어르신들을 찾아 우리의 가락을 선보이며 타향살이로 모국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덜어주려 노력해왔다. 특히 얼마전 있었던 사할린동포 위로공연때 부른 아리랑과 쾌지나칭칭은 공연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으며, 신호범ㆍ임용근 의원 초청 시애틀 세계 한인지도자 대회 공연은 한인 1세대와 2세대간에 서로 손을 잡고 한국 가락에 맞춰 화합의 장까지 마련해 '최고의 소리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해외에서는 꼭 '아리랑'을 부른다는 정 명창은 "동포들이 '아리랑'을 들을 때면 고향생각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는데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복받쳐 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통성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한 양암 정광수 명창의 소릿제를 잇는 이수자답게 자신도 제자 교육시 통성으로 혼신을 다한다는 정 명창은 광주 임방울국악제·전주대사습놀이, 인천국악제 심사를 비롯해 서울예술중고등학교와 경주에 있는 동국대학교 국악과에 강의도 나가고 있으며 일정이 빠듯한 가운데에도 문하생들과 30여명의 제자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비호남 출신 소리꾼으로서 설움도 많이 받았다는 정 명창은 지역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끼와 재능은 있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만 무료 장학생으로 지도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과 자주 강원도 양양 수련원을 찾는다. 정 명창이 사비를 털어 지은 판소리 수련원이다. 그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수련원에서 학생들과 밥도 지어먹고 농사도 하고 소리를 연습하다보면 정신도 또렷해지고 목도 시원하게 트인다"고 말했다.
정 명창은 판소리 외에 코미디 창극 '뺑파전'으로도 유명하다. 뺑파전은 '심청전'에 감초로 등장하는 뺑덕어미를 주인공으로 심청 아버지인 심봉사와 살던 뺑파가 황봉사와 눈이 맞아 벌이는 아슬아슬한 연애 장면과 해학이 배꼽을 잡게한다.
'뺑파전'은 정 명창이 주관하는 국악무대에선 빠지지 않고 공연되는 단골 프로그램으로 뺑파 역은 정 명창이 직접 맡고, 상대 역인 심봉사는 조상현·송순섭·왕기철·윤충일·최창남 등 당대 내로라하는 남성 명창들과 모두 호흡을 맞춰봤다.
정부에서 종류가 다양한 국악의 계보를 없애고 유명 전문 국악인만을 문화재로 인정하겠다는 것에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정 명창은 "국악계도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인간문화재 등 원로들은 소릿제 보존과 제자 양성에 주력하고, 후배들이 보다 많은 무대 공연 기회를 갖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은 역사·문화적으로 가치가 뛰어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지원이 미비하다며 앞으로 국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재능 있는 꿈나무들을 양성하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17세에 입문해 평생을 예술가로 살아오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근성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소리꾼으로서 보유자로 인정받고 수궁가를 알리며 우리 전통문화의 끈을 이어갈 인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남은 여생을 받칠 것입니다"
'잡초는 밟아도 일어난다'는 말을 좋아할 만큼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정 명창. 그가 올해 20명의 단원으로 창단한 '국악로예술단'이 앞으로 다양한 전통문화예술 행사를 주최하고 많은 예술인이 무대에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여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데 앞장설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한편, 무료공연과 이웃돕기 성금 기탁 등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정 명창은 89, 90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 부문 입상, 91년 목포전국판소리경연대회 명촘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글로벌경제팀 award@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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