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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보다 감성적 소리로 소비자 자극한다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3-11-13 12:14


#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치냉장고 안 김치들에 '유산균 측정 소리 실험'이 진행되고, 잠시 후 주부들이 각자 쓴 헤드폰으로 놀라울 정도로 선명한 '톡' 소리가 이어진다.

직장인 김나현(28)씨는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하다 잠시 멈추고 TV 화면에 시선을 빼앗겼다. 눈을 끌만한 특별한 비주얼 요소가 없었지만 오히려 '톡' 유산균이 터지는 소리가 독특해 눈길을 사로 잡은 것.

갈수록 화려한 비주얼로 시각을 끄는 CF들의 홍수 속에서 최근 '청각마케팅' 전략 하에 독특한 소리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CF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감각 기관별 정보 수용량을 보면 시각 83%, 청각 11%, 이어서 후각, 촉각, 미각의 순으로, 이에 따라 TV CF 에 있어서 시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타 광고와의 차별화를 위해 오히려 '청각'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청각 중심의 광고들은 천편일률적인 기존 광고들과의 차별화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들의 눈길을 더 빨리 사로잡고 있고, 특유의 감성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자극해 제품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하고 있다.

◆ 유산균이 터지는 '톡' 소리로 신뢰감 높여

최근 방영을 시작한 LG전자 디오스 김치톡톡 TV CF는 가전제품의 특성상 디자인과 성능을 강조했던 기존 CF들과는 달리 수백 명의 주부들이 유산균이 터지는 '톡' 소리에 놀라는 장면을 주요 내용으로 해 제작되었다. 이번 CF는 '김치가 맛있게 익을 때 유산균 소리가 난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9월에 진행된 서울대 정가진 면역 연구소와의 실험을 똑같이 재현, 김치가 잘 익었을 때 나오는 소리를 리얼하게 연출해 제품의 신뢰도를 높였다.

실제 실험을 바탕으로 한 이번 CF는 세련되고 화려한 영상미 보다는 '유산균이 많은 김치가 맛있는 김치'라는 사실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 촬영되었다. 유산균 소리도 김치 사이에 설치된 핀 마이크에 녹음된 실제 소리를 사용해 사실감을 높였다.


◆ 쏘나타가 등장하지 않는 쏘나타 CF

최근 방영된 현대차의 쏘나타 CF에는 자동차는 등장하지 않고, 단풍이 떨어지는 가을 풍경이 한참 동안 나온다. 화면과 함께 들리는 소리는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가 전부. 쏘나타 내부 오디오 볼륨을 올리자 흐르는 음악과 함께 낙엽을 맨발로 밟으며 바스러지는 소리가 사실적으로 나온다.

'쏘나타의 오디오 볼륨이 45까지인 건 가끔은 차 밖에서 이렇게 들어보라는 뜻'이라는 자막에 이어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라는 카피가 흐르는 동안 주인공인 쏘나타는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 영상만 보면 자동차 CF인지 잘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쏘나타는 기존의 자동차 CF들이 자동차 디자인을 전면으로 내보낸 것 과는 다르게 낙엽 소리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 연예인 대신 산악인의 숨소리로 주제 전달해, 휠라 아웃도어

빅 모델을 기용한 획일적인 아웃도어 광고 속에 차별화된 아웃도어 CF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인기 연예인 모델이 등장하지 않고 멘트 하나 없이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산악인의 깊은 숨소리만을 채운 '휠라 아웃도어' CF다.

휠라 아웃도어는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잇츠 알피니즘(It's Alpinism)'을 슬로건으로 자연에서 즐거움을 찾는 아웃도어 정신을 담은 새로운 CF를 방송했다. 이 CF는 인기 연예인이나 화려한 영상 대신 한 산악인이 정상이 보이지 않는 설산을 힘겹게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하얀 눈밭 위로 산악인의 거친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만이 화면을 채운다. 휠라 아웃도어는 화려한 시각적인 효과 보다는 소리를 강조하여 자연의 불 확실성을 자신의 힘을 극복하는 '잇츠 알피니즘'이라는 주제를 사실적으로 전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비주얼 중심의 CF 홍수 속에서 청각을 자극해 소비자 머릿속에 확실히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는 청각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정적으로 여겨져 기피되어 왔던 청각 중심의 CF는 최근에는 오히려 차별화 포인트로 여겨져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의 눈을 더 끄는 요소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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