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선풍기와 에어컨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발이 차고 저려 냉방기의 찬바람을 피하는 사람이 있다.
수족냉증은 보통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척추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찬바람 피하기, 족욕 등 일반적인 수족냉증 해소법으로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척추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수족냉증이 나타날 정도라면 척추질환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도록 한다.
수족냉증 환자는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손발이 차고 시리다. 한여름에도 갑자기 쏟아지는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심한 경우 어깨, 허리, 무릎 등 온몸에서 냉기를 느낀다. 이러한 수족냉증은 말초혈관 수축에 의한 혈액순환 장애가 주원인이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항상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교감신경이 추위나 스트레스 등과 같은 외부자극에 항진되면 말초혈관이 수축하게 되고 손발과 같은 말초 부위에 혈액 공급이 줄어 냉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교감신경 오작동으로 인한 수족냉증은 혈관확장제, 교감신경 차단제를 사용하거나 유산소 운동, 손뼉 치기, 반신욕, 족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수족냉증의 원인이 척추질환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수족냉증과 척추질환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척추뼈 속의 신경이 눌릴 경우 신경의 영향을 받는 손이나 발 부위에서 차고 저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척추 쪽에 원인이 있는데 혈액순환제와 같은 약만 복용하면 척추질환은 계속 방치하는 셈이 돼 병을 키우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추척수증, 치료 늦어지면 보행 장애 유발
먼저 손끝이 차갑고 시린 경우는 목디스크나 손목터널증후군, 경추척수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질환들은 공통적으로 손이 시리거나 저린 증상이 있지만 원인 질환에 따라 증상에 특징적인 차이가 있다.
먼저 목디스크는 손 저림과 함께 목이 뻐근하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동반돼 일반적인 수족냉증과는 구분된다. 손목 신경이 눌려 통증이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바닥, 검지, 중지, 약지가 주로 저리고 손과 손목을 많이 쓰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경추척수증은 목뼈 안에 있는 척수가 눌려 발생하는 질환이다. 경추척수증이 진행되면 손놀림이 어눌해져 글쓰기나 단추 끼우기, 젓가락질과 같은 손의 세밀한 운동이 어려워지게 된다. 경추척수증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경우 다리에까지 증상이 번져 걸음걸이까지 불편해질 수 있다.
손보다 발에서 시리거나 저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면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높다. 허리디스크는 추간판(디스크)이 돌출돼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며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져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해 신경다발이나 혈관이 압박을 받게 되면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에도 통증이 동반된다.
▲유산소 운동 병행하면 효과적
손발이 저린 것은 흔한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여름철에도 증상이 계속되고 목이나 어깨, 허리, 다리 등에도 통증이 느껴지면 척추질환을 의심하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도일 병원장은 "척추질환이 원인이 돼 수족냉증이 나타났다는 것은 증상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신호"라며 "이미 신경이 많이 눌려 있는 상태라서 자칫하면 마비나 근위축이 올 수도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면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수족냉증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 수영, 실내자전거 등의 유산소 운동은 척추도 튼튼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심장의 펌핑 기능을 강화해 손발시림이 완화된다. 시린 부위의 보온을 위해 양말을 신거나 손을 따뜻한 물에 잠시 담그는 것도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