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비리 적발땐 주가도 '우수수'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3-06-18 10:54


재벌 오너일가의 비리가 적발되면 주가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조선 최신호는 CJ그룹과 OCI그룹, 영남제분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CJ그룹은 최근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주가조작, 조세도피처 활용 불법 재산 해외 은닉, 자녀에 대한 불법 편법 지분 이전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5월 21일 CJ그룹 본사와 CJ제일제당 본사, CJ경영연구소 등에 수사인력 80여명을 동원,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CJ그룹 계열 상장사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CJ그룹 지주사와 핵심 주력사인 CJ와 CJ제일제당의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다. 오너일가의 비리로 인한 피해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결과다.

CJ는 1월 2일 12만원(시초가)으로 3월 11일 연초 시작가 대비 30%가 올라 15만5500원을 기록했고, 5월20일 13만7000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11%가량 주가가 떨어졌고 6월4일에는 11만4000원까지 내려앉았고, 17일 종가기준 11만6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타격은 더 크다. 이 회장이 해외 비자금 조성 관리에 활용한 회사가 CJ제일제당이 해외 사료 사업을 하겠다고 만든 CJ글로벌홀딩스였기 때문. 시장은 민감히 반응했고, 검찰 수사 전 38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28만~29만원대까지 추락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5월 21일 이후 6월13일까지 CJ제일제당주식 매도에 나섰고 있으며 17일 종가기준 28만7500원으로 하락 마감했다.

영남제분의 상황도 CJ그룹과 비슷하다. 5월2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이 방영된 이후 주가 하락이 시작됐다.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2002년 사위의 이종사촌 여동생을 '청부살인'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인 윤길자(68)씨가 교도소가 아닌 연세대 의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특실에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추적의 폭로를 담았다. 윤길자씨가 영넘제분 오너 일가란 사실이 확인되면서 남편이던 류원기 회장은 2001년 주가조작을 벌이다 수감됐고, 2006년 유력 정치인이 연루된 주가조작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사실까지 밝혀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남제분은 반사회적 기업으로 내몰렸고,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며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1월2일 2740원이었던 주가는 범죄 내용이 폭로되기 전인 5월24일까지 2700원대를 유지했지만 폭로 후 첫 거래일이었던 27일부터 떨어지기 시작, 6월 14일 종가는 2245원에 그쳤다. 15일 만에 17%가 떨어진 셈이다. 17일 종가는 2130원으로 하락 마감됐다.

문제는 오너일가의 범죄가 영남제분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제분은 밀가루 사업이 매출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상당수 대형 식품업체가 취급하는 물량이다. 그러나 영남제분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확산됨에 대형 식품업체가 영남제분과 거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게 증권가의 반응이다.


OCI(옛 동양제철화학)그룹은 오너일가의 비리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5월22일 뉴스타파에서 이수영 OCI회장(71)과 부인인 OCI미술관장 김경자(71)씨가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의문의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것이 난 것. 오너일가의 부도덕성이 부각되며 페이퍼컴퍼니 운영이 폭로되기 전 5월22일 2시까지만 해도 15만5000원대였던 주가는 폭로 직후 14만5000원까지 폭락했다. 특히 2008년 페이퍼컴퍼니 설립 이후 10만원대 초반이었던 OCI의 주가가 2008년 5월 44만원대까지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점이 주목을 받으며 기업가치를 훼손, 하락세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일례로 증권가에서는 OCI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놓으며 기업가치 자체를 거론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17일 종가는 14만3500원으로 하락 마감했다.

이밖에 웅진그룹과 남양유업도 오너일가의 문제로 인해 주가가 떨어져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지난해 7월 오너의 경영 실패로 무너져가는 회사 상황을 숨기고 멀쩡한 회사인 것처럼 꾸며 기업어음(CP) 7000억원어치를 발행, 사기성 CP발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대한 강제 물량 밀어내기 등의 도덕성 결여 문제가 된 이후 5월초 117만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90만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오너일가의 주가조작, 비자금 조성, 강압적 영업, 사기성 CP발행 등의 사건 사고는 기업가치 훼손으로 직결된다. 기업 뿐 아니라 해당 산업과 자본주의 시장체제 전체까지 흔들 수 있다.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오너일가에게 전문경영인에 비해 보다 많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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