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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꼴찌마 '차밍걸', 96전 96패의 기적(?) 일구다!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05-26 17:48


8세 경주마 '차밍걸'(암말)이 26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6경주에서 입상에 실패, 96연패를 기록하며 한국경마 연패기록과 현역 경주마 최다출전기록을 갈아 치웠다.

유미라 기수가 기승한 '차밍걸'은 경주 중반까지 11두 중 꼴찌로 쳐지면서 팬들을 안타깝게 했지만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며 악착같이 하위권 마필들을 따라잡았다. 결국 고성이 기수의 '매일선두'를 7마신 차이로 따돌리며 9위를 차지, '꼴지만은 하지 않는다'는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이날 우승마는 박태종 기수의 '주말환희'였다.

지금까지 최다연패기록은 '당나루'가 세웠던 95연패였다. '당나루'는 95년 데뷔하여 2000년 6월 95연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고 은퇴했다. '차밍걸'은 2007년 데뷔했으니 활동기간이나 연패기록은 '당나루'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당나루'의 연패기록을 경신한 '차밍걸'은 앞으로도 100전을 향해 역주를 계속할 전망이다.

'차밍걸'은 사람으로 치면 노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국산 4군에서 뛰고 있는 현역마다. 경주마는 경주성적에 따라 1군에서 6군으로 등급이 나눠지는데 차밍걸이 속해있는 4군은 어린 경주마나 은퇴 직전의 경주마 등 '3류'들이 겨루는 하급 레이스. 그럼에도 '참밍걸'이 지난까지 거둔 성적은 95연패. 지금까지 거둔 최고 성적은 3등 8번이 고작이다.

2005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차밍걸'은 작은 체구에 폐활량이 작았다. 보통 말 몸무게가 500㎏인데 410㎏밖에 안 되는 약골이었다. 혈통도 그리 좋지 않아 그야말로 경주마로 별 볼일 없는 '부진마'였다. 게다가 2008년 1월 데뷔이후 내리 연전연패를 거듭했고, 폐기처분될 운명이었다.

성적부진으로 조기 은퇴를 생각해볼 만도 하지만, 주인인 변영남(71) 마주는 경주로에 들어서면 죽기 살기로 달리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차밍걸'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데뷔 이후 월 2회 꼴로 경주에 참가했지만, 거의 매번 꼴찌를 면치 못했다. 딱 한 번 다리 부상으로 경주를 포기한 것을 빼놓고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었다.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결승선까지 성실히 달리는 모습을 통해 노마주는 자신에게 '희망'을 봤다고 했다.

변영남 마주는 "차밍걸의 연패 기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96전 96패는 곧 무려 96경주를 완주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며 "뒷심이 부족해 우승은 못하지만, 마지막 결승 주로에서 한번은 치고 나간다. 온힘을 다해 늘 전력 질주한다."며 잔병치례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차밍걸이 100번째 경주에 출전해 개근상을 받을 때 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라고 밝혔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질주하고 있는 차밍걸질주하고 있는 차밍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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