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마 붐이 일면서 말 관련 산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타고(승마) 즐기는(경마) 것을 넘어 청소년 정서장애 치료에서 친환경 고급비료, 여성을 위한 화장품, 보습제까지 말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11월 축산 폐기물에 불과했던 마분을 친환경 비료로 재가공하는 사회적 기업형 법인 '에코그린 팜'을 설립해 고용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에코 그린 팜은 친환경 유기농 퇴비와 도시농업용 마분상토, 버섯 배지 등을 생산·판매한다. 경주마의 배설물(마분)이 주원료다. 소와 돼지의 축산분뇨가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마사회는 말똥으로 친환경 퇴비를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에코 그린 팜은 전체 직원의 30% 이상을 취약계층에서 뽑는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이다. 한국마사회는 에코 그린 팜 설립 시에 직원의 40% 이상을 극빈층에서 뽑을 예정이다. 2014년까지 5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중 20명 이상은 취약계층 일자리로 제공한다. 이들은 마분퇴비 판매, 마분 텃밭지도사 양성, 취약계층 친환경 텃밭 보급 등의 일을 담당하게 된다. 일본 JRA(중앙경마회)가 수익사업으로 마분공장을 세워 비료로 공급 중인 사례가 있지만 사회적기업과는 거리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 시도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승마는 청소년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 폭력과 청소년 우울증 등이 사회문제로 부상하면서 승마가 정서장애의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 이를 증명하는 임상 결과들이 논문으로 많이 발표됐다.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인천과 시승에 'KRA 승마힐링센터'를 개장했다.
승마힐링은 동물과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치료가 아닌 놀이처럼 느껴져 집중도와 참여율이 높다. 말이 걸을 때는 1분에 5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움직임이 말 탄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져 물리치료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말과 교감하면서 자신감과 정서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해 6월 처음 문 연 승마힐링센터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몰려 지난해 1만330회의 치료실적을 기록했다. 한국마사회는 2022년까지 KRA승마힐링센터 30개소 개설을 목표로 총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말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이 제주도에서 '제라한'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다. 제라한은 제주도 방언으로 '제대로 됐다' '최고다'란 뜻을 지니고 있다. 제라한 제품 중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마유 비누다. 말기름을 활용해 만든 마유 비누는 2010년 7월 양산을 시작했다. 마유 비누는 특히 아토피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유의 지방산은 인간의 지방산과 95% 일치한다. 그만큼 흡수율이 높다는 얘기다.
제라한은 2010년 '제주말고기 전문점' 프랜차이즈 매장 1호점을 서울 송파구 잠실점에서 열었다. 개업 당시 하루 평균 60만~7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말고기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2배 이상 뛰었다.
말뼈 역시 건강식품으로 개발됐는데 골다공증에 좋다고 소문이 퍼지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뼈는 주정을 통해 추출하는데, 추출물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이밖에 말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핸드백, 지갑 등이 시판 중이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말산업은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법인 설립, 정서장애 청소년들을 치유할 수 있는 승마 힐링, 말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장태평 마사회 회장이 마분퇴비로 만든 '크리스마스 꽃' 포인세티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마사회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 에코그린팜 백혜숙 대표, 장 회장, 전혜숙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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