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 대학병원 응급실에 축 처진 아이를 안고 부모가 부랴부랴 왔지만 병원에서는 대기시간이 길어 치료가 안 된다고 해 부모는 5분 만에 아이를 안고 40분 뒤,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인턴이 다가와 증세를 물어보고 전문의를 부르려면 오래 걸린다며 다른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다시 병원 문을 나선 아이와 부모는 응급 처치가 필요했지만, 응급실 4곳을 전전하다 이날 밤 결국 사망했다.
갑작스럽게 응급실을 가야할 때 응급환자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응급조치다.
그런데 주변에서 순간의 잘못된 응급실 선택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긍긍하다 생사의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응급실 선택에 있어 출발 전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할 사항과 준비해야 할 팁 등을 중앙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김성은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응급실에 갔을 경우 대기시간을 최소화해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지와 해당 병원 응급실의 시설, 장비, 인력 및 중증환자에 대처하는 수준이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해 봐야한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전국 433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와 함께 응급실 과밀화 지표(병상포화지수)를 함께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수도권 유명 대형병원 일부에서 응급실 과밀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 있고 큰 병원이라고 무작정 가다간 제대로 된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다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스마트폰 '응급의료 정보제공' 앱이나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에서 진료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진료 대기여부, 응급입원실, 수술실, 중환자실의 이용 가능여부 등의 정보를 확인한 후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대기시간을 최소화하여 신속하게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평소에 거리가 가깝고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충족하는 병원 응급실 전화번호를 알아둔 뒤 응급상황 시 직접 전화로 확인하고 가야한다.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김성은 교수는"빠른 혈전용해제 및 혈관중재시술이 필요할 수 있는 급성심근경색과 뇌경색의 경우 증상 발생 시간이 매우 중요하지만 (급성심근경색 12시간, 뇌경색 3시간) 이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보호자나 목격자가 환자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연락처가 없어서 치료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지거나 귀중한 시간이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슴통증이나 마비, 의식장애가 발생한 환자에 있어서는 정확한 증상 발생 시간이 의료진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김 교수는 "이전에 진단받았던 질환, 특히 출혈성 질환이나 수술력, 그리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혈전용해제 사용 가능성 판단에 중요하므로 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며 "처방전이나 최근 병원 기록을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열이 나서 응급실을 찾았을 경우에는 체온의 변화를 기억 혹은 기록해두었다가 의료진에게 알려주고, 진찰의 용이성을 위해 입고 벗기기 쉬운 옷을 미리 입고 가는 것이 편리하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