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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인다'던 해운대 파크 하얏트, 실제 투숙해 보니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3-04-10 12:55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현대 아이파크의 한 주민이 최근 통유리 외벽으로 개관한 특급호텔 '파크 하얏트 부산'의 내부가 훤하게 다 보이는 바람에 사생활을 침해당한다며 거실에 설치한 비키니 차림의 마네킹과 플래카드.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현대아이파크의 한 주민이 최근 통유리 외벽으로 개관한 특급호텔 '파크 하얏트 부산'의 내부가 훤하게 다 보이는 바람에 사생활을 침해당한다며 내놓은 사진. 호텔 고객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장면으로 거실에서 일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연합뉴스

지난주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6성급 호텔 '해운대 파크 하얏트 부산'에 투숙했다. 주류 행사 관련으로 1박하게 됐지만 내심 궁금했다. 진짜 다 보일까.

최근 불거진 파크 하얏트 호텔과 이웃한 '해운대 아이파크'의 '보이기' 분쟁.

기자는 28층에 투숙했다. 왼쪽 밑으로 보이는 에머랄드빛 요트 정박장을 보다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살짝 옮기자 고층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낮 햇살이 비치는 아파트 거실 내부가 뚜렷하게 보였다.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개를 약간 윗쪽으로 돌리니 30층 남짓한 곳에 '섹스 금지', '바로 눈앞에 잠자리 다 보인다', '오줌 누는 것 다 보인다' 등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보였다. 비키니를 입은 마네킹까지 서 있었다.

밤이 되자 호텔과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 쪽은 대부분 커텐을 내렸다.

실제 호텔에서도 밖을 보려면 어쩔 수 없이 반대편 아파트를 의식할 수 밖에 구조였다. 호텔과 아파트의 거리는 20여m에 불과했다. 아파트던, 호텔이던 바다를 보려면 서로를 봐야하는 구조였다. 호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도 자연스럽게 광안대교와 아이파크 아파트 내부가 함께 보였다.

해운대 아이파크와 파크 하얏트는 해운대 해변을 끼고 들어선 호화 빌딩군이다. 해운대 아이파크는 최고층 72층의 3개동에 1600여가구 규모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최고급 아파트로 2007년 분양, 2011년 입주가 시작했다. 단지 내에 6성급 호텔인 파크 하얏트와 바로 옆에 있는 요트 선착장은 아파트 프리미엄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개장한 33층 호텔과의 조망권 때문에 이런 사단이 생겼다.

입주민 10여명은 "도저히 사생활이 불가능하다. 호텔 투숙객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기도 하고, 밤에는 호텔의 낯뜨거운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주민 10여명은 최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기도 했다. 호텔은 일단 아파트 방향 객실에 투숙하는 고객을 상대로 블라인드를 내려달라는 등 주의를 당부했다고 했지만 정작 기자는 이런 요청사항을 듣지 못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입주민의 불편사항을 십분 이해한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법적 소송에 들어간 이상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입주민 사이에서도 계약해지와 손해배상 등 주장하는 피해보상 정도가 약간씩 다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설계변경으로 인한 민원발생이라는 주장도 한다. 2009년 설계변경이 되면서 호텔상층부 모습이 바뀌었다는 것. 파크 하얏트는 특이하게 호텔 로비가 30층에 위치해있고, 32층에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호텔 객실수도 약간 늘어났다. 입주민들은 당시 설계변경을 미리 고지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고, 현대산업개발은 일부 입주민의 경우 조망을 확인한 뒤 계약했다고 맞서고 있다.

어찌보면 이번 사태는 구조적으로 발생됐다. 아이파크 아파트와 파크 하얏트 호텔은 모두 대형 유리창으로 시야가 개방돼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2004년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시작으로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여 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세련된 디자인과 개방형 외관은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엔 역으로 사생활 침해라는 치명적인 단점에 발목이 잡혔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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