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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성장이 빠르고 초경 시기도 2년 정도 앞선다. 이전에는 중학교 때 초경을 시작했다면, 요즘에는 초등학교 졸업 전에 초경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07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초경 평균 연령은 12.4세로 나타났다. 남학생의 경우도 12세를 전후해서 남성호르몬이 분비돼 고환이 커지고 음모가 발달한다.
하지만 키가 또래보다 월등히 크고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성조숙증은 아니다. 성조숙증은 만 8세 이전의 여자아이나 만 9세 이전의 남자아이에게서 사춘기의 특징인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인데, 가슴 멍울, 음모, 초경 등 2차 성징의 징후를 살피는 것 외에도 골 연령 검사, 내분비 검사 등으로 진단하게 된다.
심지어 한의원에서 생리 늦추는 약을 찾기도 하고, 성호르몬 억제제, 성장호르몬제를 맞아야 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성적 성숙과 성장'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다.
초경 빨라도 또래보다 10㎝ 이상 크면 괜찮아
우선 생리를 하면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전후 관계가 바뀐 말이다. 생리가 시작되어 아이의 성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성숙해 성장이 멈출 때가 되었기 때문에 생리를 하는 것이다.
생리란 여성으로서 아기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다는 신호이다. 초경 시기가 빨라진 것은 성조숙증 때문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양상태가 좋아져 발육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강남 아이누리한의원 이훈 원장은 "생리를 일찍 시작해 키가 안 컸다면,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키가 작아야 맞다. 하지만 초경을 2~3년 일찍 시작한 요즘 아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월등히 키가 크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또래보다 성숙해 초경을 일찍 시작하더라도 그 키가 또래 평균보다 10㎝ 이상 월등히 크다면, 여기서 조금만 노력해도 평균 성인키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또한 아이 키가 꾸준히 자랄 수 있도록 체형을 바로잡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유산소 운동이나 생활 개선, 식습관 교정을 통해 조금 더 키우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소아비만 여아, 체중과 성장 관리 함께 이루어져야
특히 여자아이의 경우, 전체 성조숙증 환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비만과 성적 성숙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다.
소아비만인 여자아이라면 생활요법과 소아비만 치료를 병행해 체중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강남 아이누리한의원 이훈 원장은 "신장 백분위수는 상승세, 체중 백분위수는 하향세가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최소한, 신장에 비해 체중 백분위수의 상승이 둔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방 소아비만 치료를 통해 과잉된 식욕을 조절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여 바람직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체중은 증가시키고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습관은 없는지 살펴보고 이를 개선한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고칼로리 음식대신 엄마가 직접 만든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을 먹인다. 기름기가 적고 양념을 덜한 것이 좋은데, 조리법에 있어서도 튀김, 조림보다는 찜, 구이가 적합하다.
운동도 필수이다. 초등생은 일주일 150분의 운동이 적당한데, 30분×5일 걷기 운동도 좋다. 도보로 등하교 하는 습관을 들이고, 휴식 시간에도 컴퓨터 게임 같은 정적인 놀이보다 바깥에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놀이로 바꿔준다.
성호르몬도 성장에 꼭 필요한 호르몬이다
아이에게 성조숙증이 의심될 때 부모는 성호르몬을 억제하고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치료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너무 쉽게, 부모 임의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에 의한 의학적 소견과 판단으로 이뤄져야지, 부모가 단순히 생리를 늦추거나 키를 더 키울 목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이훈 원장은 "아이 키를 키울 때 성호르몬 역시 중요하다. 성호르몬이 성장판을 자극시켜 키를 키우기도 하지만,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도와준다. 사춘기에 성장 속도가 빠른 이유 중 하나는 왕성한 성호르몬의 분비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면 오히려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성적 성숙을 늦추겠다고 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하면 오히려 성장 속도가 줄어든다.
여기에 다시 성장호르몬을 주사한다 해도 자연스러운 성장발달만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성호르몬을 늦추는 치료가 아니라 성호르몬이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가 중요하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