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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여성 1% 신장질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난 괜찮아"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03-12 16:06


콩팥이라고도 부르는 신장은 전체 체중의 0.4%밖에 되지 않을 만큼 가볍다. 복막강의 오른쪽과 왼쪽에 하나씩 자리하며 하나가 손상되더라도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는 기능 외에도 나트륨, 칼륨, 인, 칼슘과 같은 물질의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약물과 독소를 제거한다. 혈압을 조절할 뿐 아니라 적혈구를 만들고 뼈를 튼튼하게 해주며 호르몬도 분비한다.

하지만 임신중독증으로 신장기능이 악화돼 좋지 않은 상황을 맞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다가 임신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임신 중 신장병을 발견해도 태아를 위해 치료를 미루다 출산 후에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다.

이는 신장병 특성상 악화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예후가 없는데다 초기증상이라 할 수 있는 단백뇨에 대한 인식 역시 낮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건강검진 결과에서 '단백뇨가 검출돼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도 병원을 찾는 이는 1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 산전검사 없이 임신하는 여성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임신 후 신장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치료하지 못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임신 전 단백뇨 검사를 통해 신장 질환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치료 후 아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는 '고맥압, 대사증후군이 있는 가임기 여성과 단백뇨의 관계'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가임기 여성 중 1%가 지속적 단백뇨를 보이는 초기 신장질환자"라고 밝혔다.

또 조사 결과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과 같은 대사증후군이 있거나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차가 심한 경우 임신 후 신장에 이상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았다.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의 단백뇨 유병률이 조사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논문은 영국에서 출판되는 신장학 SCI잡지 BMC nephrology 2013년 2월호에 게재됐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이면 신장 기능 이상에 적신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팀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여성 1만385명을 대상으로 가임기 여성의 단백뇨 유병률을 살펴봤다.


1차적으로 상담을 통해 당뇨병과 고혈압 유무, 술과 흡연 여부, 혼인과 출산 이력, 약 복용과 같은 기본 사항을 확인했다. 검진으로 키와 몸무게, 허리둘레, 체질량지수, 혈액형, 콜레스테롤 수치를 파악하고 혈액과 소변검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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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전체 대상군의 65.3%인 6791명이 아이를 낳아봤으며 14.6%에 해당하는 1515명이 생리통약을 복용 중이었다. 소변검사 결과에서는 209명에게서 단백뇨가 검출됐다.

격렬한 운동을 했거나 발열 후 요로감염이 있을 때, 검사시간이 오후였을 경우 단백뇨가 검출될 수 있는 만큼 209명을 대상으로 재검사했다. 2차 검사 결과 97명에게서 지속적 단백뇨가 나왔다.

이들은 고혈압과 고혈당, 고지혈증, 중심비만과 같은 대사증후군이 있거나 맥압이 높은 공통점을 보였다. 또 단백뇨 검출 사실뿐 아니라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고 답했다. 흡연 경력이 있는 여성도 많았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는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과 같은 증상은 비만일 때 많이 나타난다. 즉, 뚱뚱한 여성일수록 신장병에 취약하다는 얘기"라며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해도 평균 체중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면 정기적으로 신장내과를 찾아 진찰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몸이 알려주는 신장질환의 첫 번째 증상 '단백뇨'

신장은 어떠한 원인에 의해 상태가 악화되더라도 처음에는 뚜렷한 증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빠지는 속도가 더딜 뿐 아니라 몸이 이에 적응해 이상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 소변양이 줄고 원인 없이 고혈압이 생겼다면 회복하기 힘들만큼 신장기능이 저하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신장에 문제가 생겨 의료적인 처치 없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성 신장병이라고 하는데 말기 신부전증과 만성 신부전증, 당뇨병성 신병증, 고혈압성 신병증, 만성 사구체신염이 대표적이다.

단백뇨는 신장의 여과기능에 문제가 생겨 걸러지지 말아야 할 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소변에 거품이 생기며 성인은 하루 500mg, 소아는 1시간 동안 체표면적 1㎡ 이상의 단백이 배설될 때 단백뇨로 진단한다. 신장기능 저하 시 나타나는 첫 번째 증상이라 이 검사를 통해 질환의 유무를 판단한다.

태아 몫까지 담당하는 신장, 부담도 증가

임산부가 되면 신장의 부담이 커진다. 태아 몫까지 여과해야 해 신혈류량이 증가해서다. 만약 임신 전부터 신장에 문제가 있었다면 손상 정도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평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해도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신장병이 생길 수 있다. 임신으로 인한 혈액과 순환기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으로 추측된다. 임신중독증은 전체 임산부의 5%가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혈액이동에 문제가 생기면 고혈압, 신장혈관 수축에 이상이 있으면 신장병이 야기된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는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단백뇨가 검출됐다는 것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신장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맥압이 높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인 여성은 임신 전 반드시 단백뇨 검사를 받고 신장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임신 후 임산부와 태아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며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가임기 여성이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여성건강클리닉'을 개설해 단백뇨와 신장질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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