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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 추진 롯데 드럭스토어, 골목상권침해 카피캣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3-02-25 13:48


롯데그룹이 드럭스토어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어 큰 논란이 예상된다. 소상공인들은 또 탄식을 내뱉는다.

대기업의 상생,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약속은 점점 멀어진다.

롯데는 다음달 드럭스토어 1호점 개점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연내 20곳까지 발을 넓힌다는 얘기가 나온다.

드럭스토어 개장 작업은 별도 조직, 별도 보고라인 등 은밀히 움직이고 있어 모기업인 롯데쇼핑은 물론이고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직원들도 외부에서 관련 소식을 듣고 있다. 신동빈 롯데회장 등 최고위층의 의중만 엿보일 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소리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돌아가는 사정을 알지 못한다. 오히려 업계에서 더 많은 얘기를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3월이나 4월안으로 1호점이 문을 연다는 사실 정도만 알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 드럭스토어의 정확한 상호나 1호점 장소(강남이나 홍대 유력)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밀 업무 추진에 대해 외부적으로는 효율성을 말하지만 실은 대기업 매출 쏠림을 걱정하는 정부 눈치보기다.

드럭스토어는 고급 잡화점이다. 의약품과 화장품, 생필품을 한 곳에서 판매한다. 의약부외품 판매 이미지가 확대 돼 외제 고가 식품, 뷰티숍, 편의점, 다이어트 식품 등 온갖 상품이 있다. 최근에는 카페와 음악 감상까지 가능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보니 상가, 주택가, 번화가 할 것없이 우후죽순처럼 뻗어 나가고 있다.

드럭스토어의 시작은 CJ올리브영. 1999년 1호점을 열었다. 올리브영은 현재 270개가 넘는다. 지난해는 매달 10개씩 신규 오픈했다. 이를 보고 유통기업을 끼고 있는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나섰다. GS그룹의 GS왓슨스,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 농심 메가마트의 '판도라', 지난해 4월 신세계 이마트는 '분스'를 만들었다. 카페베네도 욕심을 내 '디셈버24'를 만들 정도(최근 철수)였다. 지난해 드럭스토어 시장 전체 매출은 5000억원 규모였다. 현정부에서 대형 유통사들의 확장을 경계하는 상황에서도 매년 40% 고성장 중이다.

드럭스토어는 대기업 유통업계의 '이종교배' 산물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모양새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가 대표적이다. 식품, 유아용품, 생활용품, 패션잡화 등 다루지 않는 물품이 없기 때문에 주위 동네슈퍼와 잡화점 등이 매출에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편의점 신규출점 거리 제한과 대형마트의 영업규제 등으로 골목상권 지키기에 힘을 보탰지만 드럭스토어 관련 규제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른바 규제 사각지대다. 처음에는 상비약 등 의약외품 판매를 앞세워 시장에 등장했지만 현재는 약품 판매는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 본질은 대기업 유통업체 매출 확대를 위한 '미니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셈이다.

국내 유통업계 선두기업 롯데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있다. '따라하기 제왕'이다. 초코파이 등 수많은 신제품 출시마다 '베꼈다'라는 지적이 자주 나왔다. 지난해 롯데가 만든 창고형 회원제 할인점 빅마켓은 코스트코를 빼다 박았다. 상품 진열까지 같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롯데 드럭스토어의 롤모델은 신세계 분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부가 들어서면 드럭스토어를 규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중소상인들은 지금 걱정이 크다.

롯데는 유통업계 1위 기업이다. 막강한 유통망을 앞세워 드럭스토어 시장 역시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충격파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조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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