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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감, 유행 인플루엔자 H1N1으로 다르고 예방접종률 높아 영향력 적을 듯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3-01-16 10:48


미국 전역이 독감 바이러스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전염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독감 주사를 맞으려는 환자들로 의료기관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미국 내 살인독감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2009년의 신종플루 사태가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 H3N2 독감으로 2만여명 감염 확산

최근 미국 질병통제국(CDC)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유행하고 있는 인플루엔자는 H3N2로, 전체 50개 주 중 47개 주가 감염됐다. 또 미네소타주에서만 27명이 사망했으며 뉴욕주에서만 환자수가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CDC는 정확한 사망 통계와 원인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독감이 유행단계에 접어든 만큼 예방접종을 하고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는 등 적극적으로 확산 방지에 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역시 13일 발표를 통해 최근 국내에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유형은 H1N1으로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H3N2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에서도 H3N2형이 9건 정도 발견됐지만 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데다 미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먼 나라 독감 소식에 우리나라 국민도 '예의주시'

하지만 정부 당국의 이러한 발표에도 국민들은 안심하기보다 '혹시'하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를 통해 독감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직접 겪었던 만큼 재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미국 내 감염자의 국내 입국 등으로 인해 확산될 수 있는 만큼 미국과 상당 부분 떨어져 있어 영향력이 적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발표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충남 세종시에서 미국 내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타입에 감염된 환자가 발견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독감과 관련한 검색어가 연일 상위에 랭크되는가 하면 태아의 안전성 문제로 독감 예방접종을 미뤘던 임산부들도 관련 카페에 '더 큰 사태가 벌어지기 전 이제라도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등의 진료과에는 독감 예방접종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늘어난 것은 물론 단순 감기 증상임에도 입원을 요구하거나 이제라도 독감주사를 맞겠다는 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3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를 찾은 신선영씨(여·39)는 "아이에게 독감 증세가 있는데 약을 먹고 낫기만을 기다리다 상태가 더 심해지는 것보다는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입원이 가능한지를 여쭤봤다. 특히 몇년 전 신종플루로 고생했던 적이 있기에 미국 독감이 우리나라로까지 전염돼 확산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독감은 감기와 증상 비슷하나 심하고 전염성 강해

우리가 독감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세균이 원인인 감기와는 차이가 있다. 증상이 고열, 콧물, 기침, 목 아픔, 근육통, 두통 등으로 감기와 비슷하지만 정도가 심하고 전염성이 강해 단기간 내에 유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의 세 가지 항원형으로 구분한다. 이중 유행성 독감은 A, B형에서 주로 발생하며 A형은 사람과 동물에서, B형은 사람 간에 질병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H3N2는 물론 지난 2009년에 창궐해 우리나라에만 24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 H1N1 역시 A형에 속한다.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는데 H항원성은 10~40년 마다 변종이 생겨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H항원은 0~15, N항원은 0~9까지로 구분한다.

미국 내 독감 변종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아

CDC에서 정확한 발표를 내놓지 않아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유행 중인 H3N2가 기존의 항원과 전혀 다른 변종일 확률은 낮다. 물론 같은 아형의 범주 안에서 항원성이 약간씩 변하는 '소변이'일 수는 있지만 신종플루처럼 새로 대두된 인플루엔자, 즉 '대변이(기존의 항원과 전혀 다른 개체가 생기는 일, 보통 10~40년에 한번 발생함)'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 10년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 유행시기와 비교해볼 때 감염자나 사망자 수가 현저하게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내 독감 감염자 수가 기존보다 많은 것은 총 세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며 "미국 내 예방 접종률이 떨어졌거나 유행하는 H3N2가 변종된 형태라 백신 주사에 포함된 인플루엔자와 일치하지 않을 때, 최근 2~3년 동안 미국 내 H3N2의 유행이 없어 지역사회 내 군중면역이 감소했을 경우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대비해 지금이라도 예방접종 맞아야

미국에서 접종된 백신 주사의 인플루엔자와 현재 유행하는 H3N2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주사된 백신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다행히 국내 의료기관에서 접종된 인플루엔자 백신은 H3N2는 물론 현재 국내에서 돌고 있는 H1N1과 봄철에 대두되는 B형 인플루엔자도 포함하고 있다.

독감 예방접종을 맞았다면 일단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독감 예방접종률이 높은 만큼 미국처럼 독감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거나 큰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재갑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2011년에 H3N2의 유행이 있었던 만큼 미국과 같이 H3N2 인플루엔자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올해의 주된 유행 바이러스는 H1N1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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