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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과 소설이 지났다. 이제 두툼한 방한복을 입지 않으면 옷 속으로 파고드는 한기 때문에 몸서리가 처질 정도이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만큼 아이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겨울이면 호흡기가 허약한 아이들은 감기를 달고 살게 된다. 매년 겪는 일이라 때로는 감기라는 질병이 너무 익숙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잦은 감기에 무방비하게 대처하면, 이후에 들이닥칠 독감 유행 계절에도 어김없이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잦은 감기에 대비하려면 실내외 온도 차이와 아이의 체온 변화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들은 체온조절능력이 부족해 따뜻한 실내에서 뛰어놀다 땀을 흠뻑 흘리면 금세 땀이 식으면서 한기에 노출돼 감기에 걸린다. 과도한 난방 속에서 아이를 가둬 키우기보다 적당히 추위를 즐기며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벼운 병은 스스로 떨쳐낼 수 있는 면역력 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면역력이다. 아이가 잦은 감기에 시달리는 이유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무더위로 힘든 여름을 보낸 아이는 가을철 보양으로 기력을 북돋워야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잔병치레가 잦으면 그나마 있던 아이들의 기운은 병과 싸우느라 금세 소진된다. 독감이 유행해도 어떤 아이는 감염되지 않는 반면, 다른 아이는 금세 감염된다. 이것은 질병의 1차 원인이 우리 몸의 면역 상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원정 아이누리한의원(동탄점)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병 치료의 핵심을 아이 스스로 잔병치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면역력 향상에 둔다. 어릴 때부터 가벼운 감기는 항생제, 해열제 도움 없이 떨쳐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아플 때 허둥지둥 약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아이가 아프지 않을 때 생활습관이나 이상 증세를 눈여겨보면서 허약한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춰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한방 치료와 더불어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영양을 공급해주고, 수분 섭취에 신경 써서 열을 내리고 가래를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쾌적한 돌보기 환경을 만든다.
지긋지긋한 겨울 비염, 원인과 증상 치료 병행
건조하고 찬바람이 불면 감기는 물론 알레르기 증상이 도지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외부 기온과 찬바람에 민감한 소아비염 환자는 계절 변화나 온도 변화가 조금만 느껴져도 여지없이 맑은 콧물과 재채기를 쏟아낸다. 과도한 난방으로 코 점막이 말라 코막힘 증상이나 코피 등도 자주 보이기도 하고, 후비루(後鼻淚)까지 있다면 밤새 기침하느라 잠을 설친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다 보니 휴지와 손가락이 코 주변에서 떠나지 않고, 공부를 할 때도 멍하다.
이원정 원장은 "비염은 체질상 폐의 기운을 약하게 타고 나거나, 찬 공기를 이겨낼 만한 원기가 부족한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날 수 있다. 가급적 학령기 전에 치료해주는 것이 좋은데, 환절기나 봄가을이 되기 전에는 호흡기 면역력을 높여주고, 겨울에 증세가 도졌을 때에는 증상 완화와 원인 치료를 함께 해주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방에서는 비염 증상 완화와 함께 호흡기의 기운을 보강하는 한약 처방, 코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침 등 다양한 요법을 활용한다.
비위 기운 북돋워 잦은 배앓이 줄인다
평소 편식이 심하고 구역질이나 구토를 잘하고 잘 체하는 아이, 배가 자주 아픈 아이, 배에 가스가 잘 차고 방귀 냄새가 고약한 아이, 설사나 변비가 잦은 아이, 밥을 잘 먹지 않고 체중 또한 잘 늘지 않는다. 장염에도 잘 걸린다. 한방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소화기계 허약아로 보는데, 보통 비위나 장의 상태가 선천적으로 약하고 찬 경우에다, 과도한 항생제 복용으로 장이 더욱 차갑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원정 원장은 "겨울 장염과 배앓이를 줄이고 아이의 입맛을 살리려면 복령과 계지, 작약 등의 약재로 비위와 장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비위 기능이 좋아져야 밥도 잘 먹고 이것을 바탕으로 몸의 기혈, 진액 등이 충실해져 성장발달도 좋아진다"고 조언한다. 특히 비위는 우리 몸의 소화와 영양 흡수에 관여하기 때문에 아이의 전반적의 건강관리에 기본이 된다.
엄마는 소화에 지장을 주는 음식을 피하고 적당량을 일정한 시간에 따뜻한 온도로 먹인다. 한방에서는 군것질 등 밥 이외의 것들만 좋아하는 비위가 허한 아이에게는 백출이나 인삼 등을 주로 처방하고, 자기의 양보다 조금만 많이 먹어도 탈이 나는 아이에게는 적절한 배출, 원활한 소화흡수 기능을 보강해주는 후박과 지실과 같은 약재를 처방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