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국 100대 명산 찾기-95차 취서산]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11-15 16:11 | 최종수정 2012-11-15 16:13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95차 취서산>

















'비와 안개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만추를 누비다.'


늦가을은 쓸쓸함과 맥이 닿아있다. 푸르름을 간직했던 잎들도 추운 계절을 준비하기 위해 어느새 땅으로 내려왔다. 늦가을과 초겨울이 공존하는 11월 산행은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지난 주말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이 찾았던 경남 양산 취서산(영축산)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와 바람이 거셌다. 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의 향연 덕에 늦가을의 처연함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취서산 자락에는 한국 3대 사찰로 불리는 통도사가 자리잡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어 불보사찰이라고도 불리는데, 취서산은 통도사와 많은 암자로 인해 인도의 불교 순례지로 유명한 영축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영험한 곳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산행을 떠나는 날 새벽부터 세찬 비가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 비는 잦아들었지만 산 능선부에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다. 가천리에 위치한 삼남중학교를 들머리로 잡아 취서산 산행을 시작했다.

밑자락에는 마지막 단풍이 여물고 있지만 고도를 높일수록 낙엽이 땅에 그득하다. 쭉쭉 뻗어있는 소나무숲만이 여전히 푸른 빛을 담고 있다. 네팔 히말라야에 자선병원을 세워 '공존과 나눔의 삶'의 가치를 실천했고 이를 전날 밤 강연에서 소개했던 권경업 시인은 "소나무 병충해 예방을 위해 약을 뿌리는데, 이로 인해 다른 나무들과 동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소나무만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가 오락가락 하니 시야가 좀처럼 트이지 않는다. 2시간여를 오르자 억새밭이 펼쳐진 신불평원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절로 난다. 햇볕에 반짝이는 억새의 향연 대신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도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참가자 이상은양은 이틀 전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후 어머니 김미선씨와 취서산 산행에 동참했다. 수능 후 모녀의 첫 나들이. 모녀는 마치 자매처럼 억새밭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즐거워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경심씨는 남편과 아들, 딸이 모두 100대 명산 행사에 참가했던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김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100명산에 동참했던 얘기를 하며 즐거워하면 소외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꼭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불재부터 취서산 정상까지는 '억새바람길'이라 불린다. 드넓은 평원에 바람과 억새가 늘 부대끼며 살고 있는 곳. 구름이 잠시 걷혀 시야가 트이는가 하더니 이내 다시 10m 앞조차 구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날씨 좋은 날 반드시 다시 찾아오고픈 마음이 든다.

정상에 오르자 빗줄기가 다시 굵어졌다. 하산길이 진흙길로 변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임도까지 내려서자 그제서야 구름이 몰려가고 통도사 앞 전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비를 머금은 늦단풍과 낙엽 사이로 비추는 햇살은 만추 산행의 마지막 절경이었다.
취서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취서산 산행에는 부산 지역의 유명한 산악시인 권경업씨가 함께 했다. 자신이 쓴 시집 2권씩을 모든 참가자에게 선물한 권 시인은 "자연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바꾸는 것이 산시라 할 수 있다. 자연을 누비며 느끼는 감흥을 글로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권 시인은 지난해 에베레스트 길목인 네팔 체풀룽 마을에 지인들과 기업의 도움으로 세운 자선병원 '토토하얀병원'도 소개했다. 권 시인은 "우리가 산악강국이 된 것은 네팔의 포터, 셀파 등 현지인들의 도움 덕분이다. 이제 그들에게 은혜를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작은 뜻을 모으게 됐다"며 "매년 운영비가 소요되는데, 후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아름다운 사람들'로 후원이 가능하다. (051)805-7743

<취서산은?>

가지산 도립공원 구역 내에 위치해 있으며,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산군의 일부이다. 광활한 능선의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산 아래 뻗어있는 계곡은 양산 통도사 주변 암자와 연결돼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산행 참가자>

유동규 이영건 김경심 송기완 전준규 정병숙 김권하 이상은 김미선 유영순 박은실 이영수 송희숙 이승준 함진희 박명학 신승문 한희연 홍상우 허 원 송명하 이영선 박태임 이미애 백지형 정혜숙 박창국 송종안 정선영 유덕균 배성곤 양정아 이슬비 박진서 권경업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2년 12월 8~9일 강원 영월에 위치한 백덕산(1350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백덕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0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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