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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소액주주들은 요즘 어윤대 회장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 두고 지금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일개 보험사의 한국법인을 인수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내적으로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이르고 이 중 61%인 395조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이다. 때문에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경우 제2 금융권의 부도 위험성까지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은행권도 비상이 걸린 것은 마찬가지다. KB금융의 자회사인 국민은행만 하더라도 총 주택담보대출(71조1000억원)의 21%(14조9000억원)가 LTV(담보가치 대비 대출비율)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깡통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2조원이 넘은 인수금액은 KB금융의 재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KB금융측은 "인수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KB금융은 인수자금 마련을 염두에 두고 국민은행으로부터 최근 1조원의 배당을 추진하려다가 금융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아 여의치 않게 됐다. KB금융은 1조원의 회사채 발행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은행의 건전성 기준인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ING생명은 정부에 공적자금을 갚기 위해 해외법인을 팔고 있다는 점에서 '먹튀 논란'도 일고 있다. 론스타와 같이 국내시장에서 철수하려는 기업에 KB금융이 총받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가격을 놓고도 고가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총자산 129조) 인수가격이 3조9156억원이었고 자산 400조원의 우리금융 56% 인수가격이 7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상태. 이에 비해 자산 21조3000억원의 ING생명(국내 생보업계 5위)을 2조4500억원에 인수하는 게 과연 타당하느냐는 것이다. KB금융의 사외이사들 중 일부도 인수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인수 후 KB생명과의 합병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도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ING생명 노조가 KB금융 인수 시 고용보장을 약속하라면서 3개월째 파업 중인데다, 설계사 인력의 이탈도 감지되고 있어 KB금융으로선 이래저래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KB금융 측은 "최근 AIA가 인수한 ING생명의 말레이시아 법인은 자본금 5억5500만유로의 기업이 13억3600만유로에 매각됐다. 장부가치의 2.4배에 달한다. 하지만 ING생명 한국법인의 보험업 평균 주가 순자산비욜에 근거한 시장가치는 2조3000억원"이라며 인수가격이 고가가 아님을 강조했다.
KB금융의 이런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의 예에서 봤듯 무리한 M&A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KB금융지주가 방만경영으로 어려워지게 되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시민단체들은 강조하고 있다,
2010년 7월 취임한 KB금융 어윤대 회장. 그는 고려대 총장 출신의 비금융권 낙하산 인사다. 그가 임기 중 자칫 방만경영으로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한다면 주주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손실을 입하게 된다 . 취임당시 5만원 안팎이던 KB금융의 주가는 현재 3만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들어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한 것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어윤대 회장은 주가부양에 자신있는 듯 스스로도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KB금융 주식 3만주를 평균단가 49000원에 매수한 바 있어 상당한 손실을 기록 중이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