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만추에 떠나는 아리랑 기행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2-10-23 17:20


가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알록달록 단풍잎이 낙엽 되어 구르고, 하얗게 부푼 억새는 탐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바스락' 발끝으로 전해오는 낙엽 밟는 소리 또한 가을의 정취가 짙게 배어 있어 더 정겹다.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시절. 테마를 정해 떠나는 여행은 흡족한 여정을 담보해준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우리소리기행, 아리랑' 이라는 테마로 2012년 11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 발표 했다. '섬마을에 울려 퍼지는 구성진 가락, 진도아리랑(전남 진도)', '정선아리랑, 그 유장하고 애절한 소리를 찾아서(강원 정선)', '고갯마루 넘으며 흥얼거리는 민요 가락, 문경새재아리랑(경북 문경)', '밀양 사람들의 삶이 담긴 노래, 밀양아리랑(경남 밀양)', '지구촌을 사로잡은 한국민요, 경기아리랑(경기 과천)' 등 5지역을 각각 선정, 발표하였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경남 밀양 소재 영남알프스의 얼음골 케이블카에서 내려 천황산 등산로를 따라가면 은빛 억새 군락지를 만난다.<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섬마을에 울려 퍼지는 구성진 가락, 진도아리랑(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아리랑은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으로 꼽힌다. 진도아리랑의 특징은 구슬픈 가락에 담긴 흥겨움에 있다. 고된 삶을 노래하면서도 내일의 희망을 잃지 않는 가사가 그렇고, 세마치장단으로 시작해 중모리나 중중모리로 바뀌어가는 장단은 어깨춤이 날 만큼 흥겹다. 특히 후렴구에 나오는 흥타령 계열의 콧소리는 리듬을 한결 경쾌하게 끌고 간다.


가을빛이 내려 앉은 운림산방
진도 사람들에게 아리랑은 일상이다. 슬플 때는 슬픔을 잊기 위해, 기쁠 때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아리랑을 불렀다.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아리랑은 그렇게 섬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흥겨운 진도아리랑 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난다.
가을빛 내려앉은 진도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운치 있는 운림산방이며, 황홀한 해넘이의 장관이 펼쳐지는 '세방낙조' 등 명품 기행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진도군청 관광문화과(061-540-3045)

정선아리랑, 그 유장하고 애절한 소리를 찾아서(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병방치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의 비경
정선아리랑은 산간 지역인 강원도 정선의 자연과 정서를 쏙 빼닮았다. 빠르고 경쾌한 밀양아리랑이나 구성지고 유려한 진도아리랑과 달리 가락이 단조롭고 유장하며, 가사는 구슬프고 애절하다. 현재 채록되어 전하는 정선아리랑 가사 3000여 수에는 첩첩이 빼곡한 산자락, 산과 산 사이로 꺾이고 휘어 흐르는 강물, 지형적 고립성, 산골 생활의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삶에 대한 낙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리랑을 찾아가는 여행지로는 정선아리랑 발상지인 거칠현동, 애정편의 무대 아우라지, 정선아리랑전수관, 아리랑극 공연장 등 어디라도 좋다. 다만 가장 먼저 고갯길에 올라 정선 땅을 한번 조망해보는 게 순서다. 반점재, 새비재, 병방치 등은 정선 땅의 생김새를 살펴 볼 수 있는 고개 중 비교적 접근하기가 쉽다.

이용객이 줄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기차역을 향토 자료관으로 만든 기록사랑마을전시관(옛 함백역)과 억새전시관(옛 별어곡역)도 함께 둘러 볼만하다. 또 인근 민둥산 억새밭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정선군청 관광문화과(033-560-2363)_

고갯마루 넘으며 흥얼거리는 민요 가락, 문경새재아리랑(경북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


문경새재 아리랑비
만추에 운치 있는 걷기 길로는 문경새재 길을 꼽을 수 있다. 특히 11월에 접어들면 새재 길은 계곡의 단풍과 오래된 성문이 어우러져 늦가을의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문경새재아리랑은 아리랑 곡조를 흥얼거리며 실제로 새재 고갯길을 넘을 수 있어 더욱 신명이 난다. 문경새재 고갯마루를 오르다 보면 제2관문인 조곡관 너머 아리랑 가락이 구성지게 흘러나오는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있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 (중략) / 문경새재 넘어갈 제 / 굽이야 굽이야 눈물이 난다.'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민초와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넘나들던 애환이 서린 '아리랑' 고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걷기 좋은 흙길로 사랑받고 있다.


문경 석탄박물관 '탄광마을'
고갯길에는 아리랑의 숨결 외에도 조령원터, 교귀정 등 옛길의 사연이 담긴 볼거리가 가득하다. 문경시는 문경새재아리랑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2008년부터 문경새재아리랑제도 열고 있다. 문경시청 관광진흥과(054-550-6392)

밀양 사람들의 삶이 담긴 노래, 밀양아리랑(경남 밀양시 중앙로)


영남루 야경
경남 밀양은 가을 나들이의 명소 중 하나다. 특히 제약산 사자평의 억새 군락지는 국내 손꼽히는 규모다.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앞서 흥을 돋우고 마음을 모으기 위해 불렀던 밀양아리랑의 '아리 당다쿵, 스리 당다쿵 아라리가 났네'는 광복군의 군가로도 사용되었다.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을 하던 밀양 사람들의 아리랑에 가사만 바꿔 부른 광복군아리랑이 그것이다. 100여 수나 되는 밀양아리랑의 일부를 밀양시립박물관 아리랑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영남루 옆에 세워진 밀양아리랑 시비와 아랑 전설의 중심지 아랑사도 들러볼 곳이다.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도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청봉요도 밀양의 빼놓을 수 없는 가을 여행지다. 밀양시청 문화관광과(055-359-5644)

지구촌을 사로잡은 한국민요, 경기아리랑(경기도 과천시 문원로)


경기소리전수관 야경
예부터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표하는 민요 아리랑은 민족 화합이나 동질성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불렸다. 이제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서 더 나아가 지구촌 주민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경기아리랑(혹은 서울아리랑)은 일제강점기에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을 계기로 한민족의 애창곡이 되었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가였던 민요 아리랑은 식민지 시대를 사는 백성들에게 민족혼과 독립 정신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외국인에게 잘 알려진 아리랑도 이 곡조가 근본을 이룬다. 이후 우리 민족은 아리랑을 부르며 희로애락을 나눴다. 이제는 '아리랑'하면 한국을 떠올리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과천시의 경기소리전수관에서는 경기소리 중 하나로 아리랑을 지도한다.


청계산 단풍숲 아래 펼쳐진 서울랜드의 풍광.
청계산, 관악산 자락에 자리한 과천은 수도권 최고의 운치 있는 가을 나들이 코스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랜드, 동물원, 경마장 등 다양한 문화레저시설이 한 곳에 밀집돼 있어 그야말로 원스톱 여행자로 손색없다. 이즈음엔 단풍 길이 그 매력을 뽐낸다. 과천시청 문화체육과(02-3677-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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