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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의 서쪽 바닷가에서 빨갛게 물드는 석양(夕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바닷가에 지는 저녁노을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된다. 특히 서해안의 저녁노을은 잔잔한 바다의 물결에 빨간수를 놓은 것 같다. 반짝이다 빛을 잃어갈 즈음에는 애틋한 사랑을 그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저녁노을을 보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상상하지만, 해가 지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성교통이 있는 여성들이다. 성교통(dyspareunia)이란 성교시 음경이 삽입될 때나 피스톤 운동시 반복 또는 지속적으로 느끼는 통증 또는 성관계 직후에 발생하는 통증을 말한다.
이 여성들은 성행위 직전이나 도중 혹은 직후에 다양한 통증을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느낀다. 통증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주로 질속이나 외성기이다. 간혹 하복부, 항문 등에서 느끼기도 한다.
대부분 성교통은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는 20~30%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기질적인 요인들이 훨씬 더 많다. 따라서 치료에 앞서 정확한 진단과 검사가 필요하다. 성교통은 산부인과적인 질환이나 해부학적 원인을 먼저 규명하여 원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45세 K씨는 2년 전부터 성교통이 시작되어 최근에는 성관계만 하게 되면 통증 때문에 초죽음이 됐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를 방문했지만 신경성이라고 말할뿐 아무 이상 없다는 이야기만 듣게 되었다.
K씨는 남편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했지만 야속하게도 성생활은 계속되었고, 통증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밤이 오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되었고, 해가 질 무렵에는 성교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등줄기에 땀이 흐르곤 했다.
본원을 방문한 K씨는 골반근육과 질근육의 긴장에 의해 발생한 성교통으로 판명되었다. 근육이완 및 약물치료를 하자 8주후에는 성교통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치료 후에 K씨는 3년 만에 남편과 함께 서해안의 아름다운 낙조(落照)를 보기 위해 안면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날 그녀가 본 저녁노을은 오랜 고통에서 벗어난 뒤라 더 아름다웠으리라. <홍성재/의학박사, 웅선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