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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사조그룹 M&A에 시민단체 반대 왜?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2-08-01 15:34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공정 경쟁'의 대척점은 아니다.

무조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봐주라는 얘기가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면 향후 상호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은 한국 기업사를 돌아보면 득보단 실이었다.

2012년 대한민국 경제 화두인 '상생'에 역행하는 일이 또 벌어질 조짐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최근 이례적으로 한 기업의 M&A 반대 성명서를 냈다. 식품 종합기업인 사조그룹의 화인코리아 M&A 시도가 부도덕한 행위이며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했기에 옳지 않다는 취지였다.

참치와 수산업으로 유명한 사조그룹과 국내 대표적인 닭, 오리 가공 중소기업인 화인코리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화인코리아는 전남 나주에 본사를 둔 전남지역 향토기업이다.

닭, 오리 가공업 한 우물을 파며 한때 업계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지역경제와 더불어 40년 넘게 성장을 거듭하다 수년전 조류 인플루엔자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이 악화됐다.

재무상황이 나빠지면서 빚이 늘었다.


1차 파산선고와 기업 화의, 화의 취소가 거듭됐다. 2011년 1월 사조그룹이 화인코리아의 채권을 매입해 주기 시작했다.

화인코리아와 사조그룹은 처음에는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사조그룹은 화의(기업회생) 우호 채권까지 사들이기 시작했다. 회생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화인코리아는 난관에 봉착했다.

바로 사조그룹이었다. 광주지방법원에 사조그룹은 '화인코리아 파산' 의견서를 제출했다. 파산을 통한 채무 해결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현 경영진의 무능도 강조했다.

화인코리아가 회생하려면 담보 채권자 75%가 이를 찬성해야 하는데 사조그룹이 막고 있는 형국이다.

화인코리아는 최근 2년간 연간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적지않은 순이익도 냈다. 화인코리아가 공중분해되면 전남 지역 수백개의 농가와 협력업체도 큰 타격을 받게 될 상황이다.

경실련과 시민단체가 경고, 중재 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도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조그룹 관계자는 "화인코리아가 일방적인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M&A가 아니다. 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고 권리에 의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화인코리아의 일방적인 행위 일부는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 선고도 받았다"며 "적법한 행위를 일방적으로 호도하고 있는 쪽이 어디인지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당 지역 축산농가들을 잘 살펴보면 화인코리아에 마냥 우호적인 분위기는 분명 아니다.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사회분위기(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를 틈타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업의 M&A가 불법은 아니지만 사조그룹의 방법론에 대해선 비판 목소리가 있다. 사조그룹은 애드원플러스란 특수목적 자회사를 설립해 화인코리아의 담보채권 150여억원 어치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실매출이 거의 없어 페이퍼 컴퍼니 의혹을 받고 있다. 화인코리아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 충정로 사조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며 부당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조그룹은 닭, 오리 가공업 등 축산산업 강화를 공언한 바 있다. 2010년 전남 함평군과 700여억원 규모의 투자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여만에 투자는 답보상태다. 화인코리아 인수가 변수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화인코리아 관계자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모든 것을 닦아놓은 기업을 헐값에 사들이는 것이 편할 것"이라며 "지금 화인코리아에는 현금가용 자산이 늘고 있다. 돈을 들고 부채를 상환하려 해도 사조그룹은 이를 받지 않고 파산을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조그룹과 화인코리아 양쪽 모두 법원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조그룹은 2003년 매출이 3000억원이었으나 10년만에 2조원을 넘었다. 적극적인 기업 M&A를 통해 덩치를 불렸다. 이 기간 2004년 해표식용유, 2006년 대림수산, 2007년 오양수산 등을 인수했다. 오양수산 인수 때는 헐값 인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조그룹은 모체인 사조산업과 함께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해표 등 상장사와 27개 계열사가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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