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최악의 폭염으로 인한 열대야와 런던올림픽이 겹쳤기 때문이다. 더워서 잠 못 들고, 응원하느라 밤 새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원인과 증상은 다르지만, 한여름 밤을 뜬눈으로 지새는 것이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만성적인 수면장애는 또 소화기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내분비계 질환 등의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우울증과 불안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즉 열대야로 인한 수면장애와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2010년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각각 5배와 7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암 발병률도 높았다. 또 2009년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인 사람은 6~7시간인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률이 1.5배 높으며, 이로 인해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은 "불면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고민, 근심, 스트레스 등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교감신경 항진과 자율신경의 부조화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가슴 두근거림, 불안, 흥분 등을 호소한다"며 "잠을 자려는 의지와 다르게 이미 신체균형이 깨져 수면을 취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되어 각종 질환을 동반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의 원인이 단순히 주변 소음, 각성제 복용, 알코올 등에 의한 것이면 수면위생(규칙적인 수면시간, 환경, 자극 등을 조절하는 것)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기 힘들고 보존적 방법으로 효과가 없다면 약물치료가 권장된다.
다만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복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수면량은 늘었지만 숙면 시간은 줄어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또 복용을 중단하면 오히려 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반동성 불면증같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받고 복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면제 복용이 부담스러울 경우 한방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노영범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불면증 환자를 바로 잠이 들게 하는 치료법보다 환자의 피로와 흥분, 긴장을 안정시킴으로써 수면유도기전을 정상화시키는데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영계감조탕이 주로 처방된다.
식습관과 생활을 개선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우유, 치즈, 바나나 등에 수면을 유도하는 트리토판 성분이 들어있어 취침 전 소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신욕이나 족욕을 생활화하면 혈액순환촉진과 이완효과로 숙면에 도움이 된다.
만약 열대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면 장애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면다원검사란 검사 장비와 수면 시설을 갖추고 환자에게 수면을 취하게 한 후 뇌파, 안구운동, 혈압, 코골이, 호흡정도, 수면 동안의 움직임 등을 비디오로 모니터링하여 종합적인 수면의 질과 장애원인을 분석하는 검사이다. 이를 통해 수면 장애의 원인을 밝히고 각 원인별로 수면환경 개선이나 약물치료 또는 양압보조기, 레이저 수술 등의 치료를 통해 수면장애를 치료하게 된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