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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마트, "아직 배가 고프다?"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2-04-10 18:24 | 최종수정 2012-04-11 10:14



'이마트, 너 마저도?'

다음달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시간 규제와 강제휴무 시행을 앞두고 이마트가 영세상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인수합병(M&A)이라는 우회로를 타고 사업을 확대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SM마트와의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SM마트는 파주 등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중형 슈퍼마켓 27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SSM은 기존 이마트 에브리데이 19개, 킴스클럽마트 53개, 이마트 메트로 5개에 이어 SM마트 27개까지 104개가 됐다.

이중 이마트 메트로는 이마트가 운영하고,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은 에브리데이리테일이 운영한다. 에브리데이리테일은 이마트가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며 SSM 사업 확대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이마트가 지분을 약 98% 보유하고 있으며, 심재일 이마트 전 무점포사업본부장이 대표이사다.

이런 이마트의 행보와 관련해 골목상권 진출을 위한 기회주의적 방법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규제 강화로 신규 점포 출점이 어려워지자, 편법을 동원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운영을 맡은 에브리데이리테일이 킴스클럽마트 등의 적자폭 확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번 인수합병을 성사시켜야 했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지만, 이렇게 대기업이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SSM시장이 이익을 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 점포수를 400여개로 보고 있다. 일단 SSM에 발을 내디딘 이마트로서 100여개는 '아직 배가 고픈' 상황이다. 인수합병 등 어떤 형태로든 점포 확충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번 SM마트 인수를 둘러싼 관심과 부정적인 여론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SSM 편법 진출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재벌가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신세계'의 이름이 같이 거론되거나 연상되는데 부담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소통과 상생'이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영 키워드와 배치되는 행보란 지적에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그간 수차례 트위터 등을 통해 상생경영을 강조해온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공생발전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 주재 30대 대기업 총수 간담회에서도 "동반성장을 위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겸허한 자세로 귀를 기울이며 건설적이고 실질적인 실천방안을 확대해 유통 현장에서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중소상인들도 챙겨가며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였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2012년 경영 화두는 성장과 공존"이라고 밝힌 정 부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인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추구해가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마트에 14년간 두부를 납품해온 중소업체와 거래를 중단, 여론의 뭇매를 맞은데 이어 SM마트 인수건을 놓고도 이마트에 대한 비난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학서 회장과 이마트 최병렬 CEO, 에브리데이리테일의 심재일 대표이사 등이 '오너'의 상생방침과는 어긋나게 SSM 점포확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적에만 급급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SM마트 인수는 다른 업체들이 편법 운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우와는 180도 다르다"며 억울함을 표시한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던 SM마트가 먼저 제안해왔다. 검토 후 최종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마트는 SSM 사업에 대해 그동안 일관되게 밝혀왔듯이 신규 출점에 의해 기존 상권에 영향을 주는 대신, 신도시와 같은 신규 상권 등을 중심으로 출점해 기존 상권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이 무리하게 골목상권에 진출하면서 급속히 점포를 늘려가는 것과 달리 상생의 기반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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