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암환자, 치료 과정에 같이 참여해야 삶의 질 높아진다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2-04-11 10:05 | 최종수정 2012-04-11 10:05


노인 암환자들에게 암진단 사실을 알리고 치료과정에 같이 참여해야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한 친구와의 교류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성심병원 암센터 장대영 교수팀과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현숙 교수팀은 2010년 9월부터 1년 동안 한림대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의 3개 대학병원에서 암 진단 후 치료 중인 45세 이상 암환자 총 548명(45~59세 271명, 60세 이상 노인 277명)을 대상으로 암환자 삶의 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65세 이상 남자 노인은 12명당 1명, 여자 노인은 23명당 1명이 암에 걸려 투병 중이거나 암에 걸려 치료 받은 적이 있고,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인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3명중 1명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암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에 노인 암환자 삶의 질 향상의 지표를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치료과정에 대해 만족하는 노인들의 삶의 질이 더 높았다.

치료과정에 대해 만족하는
노인 암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적인 상태를 100점 만점에 60점, 심리적인 상태는 76점으로 평가한 반면, 만족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신체적으로는 35.8점, 심리적으로는 59.2점으로 평가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암센터 장대영 교수는 "성인자녀들이 노부모가 받을 충격을 생각해 암에 걸렸음을 알리지 않기를 바라고 치료와 관련된 사항을 '쉬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노인 암환자들은 치료과정에서 노인 자신이 배제되지 않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노인 암환자들이 자신의 병명을 정확하게 알고 치료방법과 치료에 따른 증상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치료과정에서 겪는 여러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게 되면 삶의 질이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 암환자들 중에서 암을 진단 받기 전과 동일하게 친구와의 교류를 지속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질이 좋은 상태였다. 친구와의 대화가 충분한 사람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100점 만점에 평균 53.4점으로 평가했으나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39.2점으로 더 낮았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윤현숙 교수는 "암에 걸렸다고 하면 '죽음으로 가는 길'로 인식해 친구와의 만남과 사회 활동을 줄이고, 이로 인해 우울과 고독에 빠져 버리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며 "반대로 암을 인생의 길동무로 다스리며 가야 할 만성질환으로 여기고, 암 진단 이전과 동일하게 일상생활과 친구와의 만남을 지속하는 경우 심리적으로 우울에 빠지지도 않고, 신체적으로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성인 암환자 비해 심리적 부담은 덜해

노인 암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적인 상태를 100점 만점에 평균 58.6점으로 평가하고 있어, 68.2점으로 평가한 성인 암환자들에 비해 더 나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심리적인 상태는 노인 암환자들이 73.4점, 성인 암환자들이 67.3점으로 노인 암환자들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노인 암환자들이 신체적인 모든 기능이 노화된 상태에서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게 됨에 따라 몸은 힘들 수 있지만, 가정과 직장에서의 책임과 의무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감은 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암도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암 진단기술이 발달되면서 병을 초기에 잡아내고, 진단 후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암진단이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닌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장대영 교수는 "의료진과 가족이 노인 암환자들에게 암은 의학의 발전에 따라 만성질환화 되어가고 있음을 알리고, 질병명과 치료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동시에 노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노인 암환자들이 예전과 동일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암환자에 대한 심리사회적개입 필요

2009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 중 10.7%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14.3%에 달해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2009년 보건복지통계연보). 그리고 2008년 통계청 발표 '사망원인통계' 보고서에 의하면 암의 65세 이상 인구의 사망 원인 1위였다.

노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 암 질환을 겪게된다. 그래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우울, 불안장애 등 동반질환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더 크게 받는다. 특히 현대 의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만성중증질환에 대한 완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중증질환을 지닌 상태로 증상을 줄이거나 더 이상 악화를 막고 개인이 지니고 있는 기능적 능력을 최대한 향상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치료의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는 데 개인의 신체적 상태와 함께 심리적 상태 및 사회적 기능의 정도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접근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이번 연구는 의학과 사회과학이 융합을 통해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의 실태를 파악하고, 노인이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하며 경험하는 과정에서 의학적인 측면과 심리사회적인 측면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노인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심리학적 개입과 의학적 개입방안을 모색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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