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위험을 무릎쓰고 배를 열면서 암을 제거하던 시대가 저물고 복강경이나 로봇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최소한의 절개창을 열어 암을 제거하는 시대가 본격화됐다.
서울성모병원 최소침습센터 및 로봇수술센터는 지난 2011년 위암, 전립선암, 대장암의 복강경과 폐암의 흉강경 수술 건 수를 조사한 결과 위암복강경은 248건으로 2010년 대비 19.8%, 대장암복강경은 359건으로 29.1%, 전립선암복강경은 106건으로 103.8%, 폐암흉강경은 90건으로 190.3% 증가했다.
최소침습수술이라 불리는 복강경 수술의 경우 1985년 세계최초로 담낭절제술에 이용했다. 국내에는 1990년대에 들어와 빠른 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해 대다수 종합병원에서 다양한 분야로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배를 열지 않고 0.5~1.5㎝크기의 구멍 4~5개 내어 몸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넣고 모니터를 보며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은 큰 절개창이 필요한 개복수술보다 상처가 적다. 따라서 수술부위의 감염이나 출혈 등의 합병증 발생이 낮을 뿐만 아니라 통증과 흉터가 작고 회복기간을 단축시켜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고 미용적으로도 보기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센터의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팀이 작년 5월 미국 외과종양학회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4년 7월 부터 2007년 12월까지 병원에서 조기위암으로 복강경위암수술을 받은 환자 182명의 장기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3년 생존율이 97.3%로 나타날 정도로 효과면에서 개복위암 수술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복강경 위암수술의 장기 생존율은 암 수술의 안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복강경위암수술이 수술 후 단기결과 뿐 아니라 장기추적관찰에서의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복강경은 위암 뿐만 아니라 대장암, 전립선암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대장암의 경우 작년 12월 말 국내최고령 102세 대장암환자를 복강경으로 수술해 성공하기도 했다.
대장항문외과 김준기 교수는 당시에 6시간 정도의 비교적 장시간 수술이었으나, 큰 개복창상으로 인한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강경으로 수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찍이 복강경수술의 우수성을 파악하고 지난 1994년 국내에 복강경대장암 수술을 들여와 한국형으로 개발하고 확산시켰다. 지난 2009년에는 복강경 대장 수술의 표준화와 확산을 위해 대한복강경대장수술연구회 위원들과 같이 대장암영역의 모든 복강경 수술 방법이 담긴 '복강경대장수술'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또한 해외에서 열리는 라이브서저리 심포지엄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고 국내 중소도시의 외과의사들을 위한 복강경수술 교육에 나서는 등 가히 '복강경대장암 수술의 전도사'로 일컫어지고 있다.
전립선암의 경우 비뇨기과 황태곤 교수가 지난 2001년 6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립선암 복강경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의 전립선암 복강경 수술 경험 및 결과는 국내에서 독보적이다"며 "지난 2006년 2월 국내최초 전립선암 복강경 수술 100례를 기록했으며, 5년만인 작년 5월 400례를 달성했었다"고 밝혔다.
폐암의 경우 수술을 위해 겨드랑이 아래쪽에 구멍을 뚫어 시행함에 따라 배에 구멍을 뚫는 복강경과 달리 흉강경이라고 불리고 있다.
지난 2003년 센터의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가 국내 최초로 흉강경 수술에 성공했다.
그동안 성 교수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 800여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수술 뒤 1년 생존율은 92%, 2년 82%, 3년 78%, 5년 68.9% 등으로 나타났다. 1기 환자가 다소 많은 탓에 전체 결과가 좋지만 국내 타 기관과 미국의 최고의 암 치료기관과 비교해도 차이가 전혀 없는 성적이다.
또 서울성모병원 개원 이후 흉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는 190여 명으로 수술 성공률은 98.5%로써 세계 유수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성 교수는 "폐암에 걸렸다는 것은 더 이상 시한부 인생에 대한 선고가 아니며, 평균생존률이 높아진 만큼 잘 관리하며 생활할 수 있는 만성질환 처럼 생각하게 되는 시대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채워주지 못하는 미세함을 위해 도입된 다빈치로봇수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수술은 의사가 외부의 로봇 조종석에 앉아 540도로 자유롭게 돌아가는 4개의 로봇팔을 이용해 수술하는 첨단 수술이다. 손동작 보다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해 사람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술을 할 수 있다.
특히 환자의 몸 안으로 특수 카메라를 넣어 환부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10~15배 크게 보며 수술을 할 수 있다. 의사의 손 떨림 방지를 막아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런 장점 탓에 로봇수술은 비뇨기과 영역의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절제술, 신우형성술, 외과영역의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 비장절제술, 담낭절제술, 산부인과 영역의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자궁근종, 난소종양 수술, 흉부외과 영역의 폐암 수술, 심장 판막 재건술, 심장중격결손, 관상동맥우회술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적용할 수 있다.
실제 서울성모병원은 개원과 더불어 국내최초로 수술 시 보이는 화면이 HD급 고해상도를 가진 제3세대 다빈치 로봇 수술기를 도입했다.
센터장 김준기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은 전신인 강남성모병원 시절을 포함해 최소침습 수술을 가장 앞서 받아들인 기관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한 앞으로의 센터 운영계획에 관해서 "복강경 및 로봇수술 등 최소침습수술을 잘 활용해 향후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 받는 센터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센터는 3월 16일 오전 8시반 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성모병원 개원 3주년 및 최소침습로봇수술센터개소 2주년을 맞이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서는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의 흉강경폐암절제술과 비뇨기과 홍성후 교수의 복강경전립선절제술 라이브서저리로 시연되었으며, 최소침습수술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진 일본 규슈대학의 하시주메 교수의 강연을 마련해 참가자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가 심포지엄에서 흉강경폐암절제수술하고 있는 장면이 생중계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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