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재계 인문학 열풍…'시인들이 뭉쳤다'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2-02-08 15:01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왼쪽)과 시인 이완진 시인.

재계에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과거 과학기술분야를 강조해 왔던 것과 전혀 딴판이다. 최고경영자(CEO)들은 고전을 탐독하고, 경영전략에 적절히 활용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12년 한국 기업의 5대 경영 이슈'라는 보고서의 키워드는 '위기 경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신사업에 진출해야 하고, M&A로 외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고질적 병폐의 하나인 닫혀진 사고의 틀을 갖고 있어 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고정화하고 닫혀진 사고의 틀은 창의, 창조는 물론이고 소통과 배려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국내 기업 경제의 활성화와 미래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고정화된 사고 틀의 단적인 예는 '사례 찾기'다. 한국 경제나 산업에서 외국의 사례는 '진리'나 다름없었다. 창조 아이디어나 경영방식을 설명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 사례였다. 사례가 있으면 믿었고 사례가 없으면 믿지 않았다. 당연히 남의 사례를 따라 하기에 좋은 하드웨어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다. 유안진, 오세영, 김용택, 도종환, 안도현, 이지엽, 고두현, 이덕규 등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시인들이 느닷없이 문학이 아닌 경제를 살리겠다며 뭉친 이유이기도 하다.

시인들에 따르면 이것은 개발도상국의 전형적인 발전 도구다. 한국의 경제나 산업은 이제 선진국 형태로 나아가야 하는데 발전 도구는 개발도상국의 틀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식이다.

이런 까닭에 이들 시인은 국내 기업에서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례는 곧 창조인데 남의 것을 따라 하기에만 익숙했던 국내 기업에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방법이 시인의 창작 발상법에 있다고 한다. 시인은 똑같은 제목으로 시를 써도 똑같은 내용의 작품이 단 한편도 없다. 모두가 나름의 사례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창작이 곧 사례인 것이다. 그러니 창작 발상법이 곧 사례를 만드는 방법이 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 기업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묘안이라는 설명이다.


문학경영연구원의 고문을 맡고 있는 시인 유안진씨는 "시인의 사고법은 창조의 디딤돌로 창작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곧 사례를 만드는 방법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인문학 붐을 조성한 주인공으로 알려진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강신장(현 세라젬 대표)씨는 "삼성경제연구소에 있을 때 기업인에게 인문학적 사고가 매우 필요하다는 알릴 필요가 있었다"면서 "인문학적 사고의 중심에 시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인들의 발상법을 배워 활용할 수만 있다면 기업 경영에 여러 가지 활용할 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시인이 한 자리에 모이도록 창구 역할하는 리터매너스(Litermanus:문학의 Literature에다 경영을 뜻하는 Management의 어원인 Manus를 합친 신조어) CEO과정을 만든 문학경영연구원 황인원 대표(시인)는 "이제 시적 창조적 발상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리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매 토론과 쓰기 시간마다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회의 촉진자)가 등장해 사고력을 높여주는 방법을 재미있게 알려줘 이번 강좌가 기업의 미래를 보장하는 창조아이디어 생성의 첫 통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