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옮기거나 이동 수단으로 사용된 말은우리 삶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동물이었다. 지금은 비행기나 자동차가 말의 역할을 대신하지만 우리 삶 곳곳에 말과 함께했던 흔적들이 남아있다. 역삼동과 역촌동. 구파발은 파발마와 관련된 곳이며. 말죽거리도 이괄의 난을 피해 피난길에 오르던 인조 임금이 말위에서 죽을 얻어먹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주변에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과 관련된 지명들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말죽거리는 현재 서울 서초구 양재역 사거리 일대를 가리킨다. 이 일대는 서울 도성을 나와 삼남으로 출발하는 지점에 위치하여 서울 도성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말죽거리가 마지막 주막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이 일대에서 여장을 풀고 먼 길을 걸어온 말에게 죽을 끓여 먹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또한 1624년 '이괄의 난'때 인조 임금 일행이 남도지방으로 피난하면서 허기와 갈증에 지쳐 이 일대에서 급히 쑤어온 팥죽을 말 위에서 마시고 부랴부랴 과천으로 떠났다고 설도 있다.
2009년 4월 20일 화양동으로 으름을 바꾼 모진동은 조선시대 이 일대에 양마장이 있었다. 방목된 말이 실족해 건국대 정문 근처의 수렁에 빠져 죽으면 이곳 여인들이 수렁 위에 널빤지를 띄워 놓고 들어가 말을 건져내 그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이에 인근 주민들이 이 동네의 여인들을 보고 '모진 여인'이라 부르고, 모진 여인들이 사는 마을이라 하여 '모진동'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일산 고양시에 위치한 마두동(馬頭洞)은 정발산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마을 전체의 모양이 마치 말머리, 마두와 같다고 해서 마두동이라 불리운다. 이 외에도 구파발은 조선중기 공문서를 전달하기 위한 파발역에서 유래된 곳이며, 광장동은 너른 마당이라는 뜻으로 말이 여물을 먹던 곳이라서 이름이 붙여졌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