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문제 몇 개나 만들었어요?"
"그런 것도 있어?" 질문에 되묻는 나를 이웃집 아이 엄마는 이상한 듯 바라본다. 그리고 무엇인가가 빼곡키 적힌 공책을 내밀며 한마디 쏘아 낸다.
"아이들이 이 많은 책의 내용을 어떻게 다 외워요! 엄마가 적당히 족보를 만들어야지…"
독서 골든 벨 대회는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하도록 함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히고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 제공이라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좋은 의미의 행사가 어느 순간 아이들이 책을 통해 공부를 하고 이에 앞서 엄마들이 책에서 문제를 만들어 내는 이상한 행사로 변해버렸다.
학생들이 수업시간 외에 읽는 책 중 대부분은 학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과 그 표현의 방법을 알려주는 매개체이다. 이들 감성을 키우는 책에도 그 나름의 배울거리와 새로운 알거리가 있음을 나도 인식한다. 그러나 그들을 머리로 먼저 생각하기에 앞서 가슴으로 먼저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가슴으로 책을 느끼기도 전에 어떤 대목에서 어떤 문제가 출제될 것인지를 생각하며 책을 접한다면 과연 그 책을 집필한 작가의 의도가 아이들의 눈과 머리와 가슴에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그리고 그 일이 진행되다 보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추진되는 경우도 많다. 그 진행이 처음 의도에 벗어나 이루어지고 있다면 괘도 수정이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처음에 의도한 바가 옳았다는 것만으로 조금의 수정도 없이 계속해 진행해 나간다면 일을 시작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어쩜 일을 시작한 것보다 못할 수도 있다.
책을 책으로, 가슴에서 느껴지지는 따뜻함과 슬픔, 아픔, 고통 등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는 또 다른 삶으로 아이들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SC페이퍼진 1기 주부명예기자 추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