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힘이 풀려 젓가락질이 힘들고 와이셔츠 단추 끼우는 것도 힘들다면? 대부분 뇌졸중을 의심하기 쉽다. 손이 저리고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부랴부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 중에 의외로 '경추부 척추성 척수증'(이하 경추척수증) 환자가 많다. 뇌졸중과 혼동하기 쉬운 경수척수증이란 뭘까.
경추척수증의 정확한 질환명은 경추부 척추성 척수증이다. 목뼈(경추부)에서 척추뼈 안에 들어있는 척수(신경)가 눌려 발생한다. 보통 목뼈의 퇴행성 변화 혹은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석회화되는 후종인대 골화증 등으로 인한 척추관 협착증이 원인이다. 심한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경추척수증이란 질환명은 생소하지만, 환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목 디스크가 원인이라면 20-30대에도 발병이 가능하지만, 대개는 목뼈의 척추관 협착증에 의한 척수 압박증상으로 50-60대부터 고령의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여성보다는 주로 남성에게 많이 발병한다.
척수는 뇌에서 뻗어나와 목뼈 속을 지나 팔과 다리로 가지를 치는 충주신경이다. 이 척수가 눌릴 경우 팔과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서서히 시작되고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손놀림이 어눌해져 글쓰기나 단추를 끼우기, 젓가락질 같은 손의 세밀한 움직임이 안되는 것이다. 걸을 때 균형이 안 잡히고 휘청거리며, 다리 근력이 약해져 보행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목을 갑자기 움직일 때 팔과 등쪽으로 전기 충격을 받은 듯 찌릿한 통증이 발생한다. 더 심하게는 방광 기능이 약해져 소변장애가 생기게 된다. 초기 증상이 뇌졸중과 비슷해 자칫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 바로 경추척수증이다.
서울척병원 홍준기 원장은 "경추척수증은 두통, 어지러움, 구음장애, 편마비 등 뇌기능 장애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비슷한 증상인 뇌졸중으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하반신 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포인트는 손…1년 이내에 수술 받아야
경수척수증을 진단하는 데에는 '손'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 초기 증상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빨리 하지 못하며 4,5번째 손가락이 저절로 벌어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방사선, MRI 검사를 통해 척수의 눌린 부위와 원인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경추척수증 치료는 보존적인 비수술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목에 보조기 착용을 통한 운동제한,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복용 등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시켜 준다. 하지만 증상이 일단 생기면 보존적 치료 및 자연적 경과로 인해 호전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결국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은 일반적으로 좁아진 척수강을 넓혀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좁아진 신경관으로 인해 압력을 받고 있는 부위를 중심으로 막혀 있는 부위를 열어주는 수술을 하는 것이다.
분당척병원 황상원 원장은 "경추척수증 증상을 앓게 되면 근육이 위축되고 관절이 굳어져 움직임이 제한적이고 약해져 경미한 부상에도 부러지기 쉽다"며 "때문에 수술 후에는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 등 물리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Tip. 이럴 때 경추척수증을 의심하라!]
1.손에 저절로 힘이 빠지고 단추를 끼우거나 젓가락질을 하기가 힘들다.
2.손놀림이 느려지고 부자연스러우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빠르게 되지 않는다.
3.물건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잘 떨어뜨린다.
4.다리가 자주 떨리고 걸을 때 다리가 휘청거리거나 발이 끌리는 경우가 많다.
5. 목을 앞뒤로 움직일 때 팔과 등, 다리 쪽에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있다.
6.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변비와 같은 대소변 장애가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