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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미진씨(37)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두 아들과 인근 대형 쇼핑몰로 나들이를 한다. 오전 10시쯤 영화를 한 편 보고, 근처 패스트푸드 점 등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그 다음엔 지하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일주일치 장을 본다. 시간이 허락되면 영화를 한 편 더보기도 하고, 애들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을 하다보면 어느새 저녁이 된다. 때로는 애들이 좋아하는 만화 영화를 보는 사이 신씨 홀로 여유있게 쇼핑을 할 수도 있어 더욱 좋다. "비 오는 날 남자애 둘을 데리고 어디를 갈 엄두가 안난다. 괜히 고생만 잔뜩 하게 마련"이라는 신씨는 "대형 복합몰에선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면서 쾌적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총 47일 중 서울에 비가 온 날은 35일. 무엇보다 강수량이 만만치 않았는데, 지난 17일까지 내린 비는 1905.9㎜이다. 지난 104년 기상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비가 내린 해로 기록됐다. 덕분에 기후와 상관없이 한 공간 내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복합몰이 도심 내 '핫스팟'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몰링족은 대형 복합쇼핑몰에서 쇼핑, 놀이, 공연, 교육 등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몰링(Malling)'을 즐기는 새로운 소비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쇼핑시설과 함께 영화관, 공연장, 레스토랑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는 복합 쇼핑몰이 증가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말이다.
이 몰링족들은 단순히 하나의 목적을 위해 쇼핑몰을 찾지 않는다.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서 다양한 즐거운 경험과 소비를 위해 나들이를 한다.
이중 미로처럼 얽혀 있는 몰을 마치 생쥐(rat)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10대~20대 남자를 '몰랫(mall rat)'이라 부른다.몰 곳곳을 둘러보는 것을 운동으로 삼는 부류는 '몰워커(mall walker)'라고 부른다. 쇼핑과 함께 몰 안에 있는 영화관이나 카페를 찾고, 이벤트 참여도가 높은 젊은 여성 부류를 '몰리(mallie)'라 한다. 일반적으로 복합쇼핑몰의 메인 타깃은 이 '몰리'. 머무는 시간이 긴 만큼 지갑을 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기에 더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산이나 계곡 등 야외 나들이를 포기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씀씀이 폭이 크다. 또한 이들은 같은 쇼핑몰내 서로 다른 업종간 연계 이벤트 등에 호응을 보낸다. '영화티켓 소지자에게 식당 할인권 제공' 등의 행사를 할 경우 가족 방문객이 급증한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대단한 몰링족 파워
이러한 '몰링족'의 급부상은 외식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해 내로라하는 패밀리레스토랑들이 대형 복합 쇼핑몰에 새로 매장을 내거나 리뉴얼 이전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T.G.I.프라이데이스는 지난 6월 원스톱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대표 몰링공간인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점에 입점했다. 자사 매장 중 전국 최대 규모로, 힘을 제대로 줬다. 300석 이상의 좌석과 3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세미나실을 갖춘 랜드마크격 매장을 오픈한 것.
심지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 10년간 터를 닦아온 자리를 옮겼다. 서울 코엑스몰 야외에 운영하던 삼성점을 코엑스몰 내부로 이전, 재오픈한 것. 이외에 베니건스의 새로운 컨셉트 매장인 베니건스 더 키친은 지난 3월 서울 강남 롯데백화점에 입점했다. 오픈 한달 만에 전체 매장 매출 순위 5위권 내에 진입할 정도로 빠르게 급성장했다.
T.G.I.프라이데이스 관계자는 "비와 더위를 피해 '몰링' 으로 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대형 복합 쇼핑몰이 패밀리 레스토랑 입점 1순위로 고려되고 있다" 며 "몰링족을 겨냥한 특화된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