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여름방학, '박물관 기행'으로 마무리한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1-08-16 14:42 | 최종수정 2011-08-16 14:55


그 어느 해보다 덥고 습한 여름이다. 아이들의 방학도 이제 이 달 말이면 끝이다. 좀 더 의미 있는 여름방학의 마무리를 위한 여행 테마로 어떤 게 좋을까? 일기가 고르지 않은 요즘 같아서는 '박물관 기행'도 괜찮겠다.

우선 경기도 연천 한탄강 유역에는 몇 개월 전 예술작품과도 같은 근사한 박물관이 들어섰다. '선사시대로 통하는 문'이란 주제를 지닌 '전곡 선사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세월을 뛰어넘어 인류의 진화 과정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어 학습기행지로 그만이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박물관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한 강원도 영월 또한 근사한 박물관 기행의 적지가 된다. 교과서에 수록된 진품 화석을 소장하고 있는 '화석박물관', 주변 지역 탐방에도 나설 수 있는 '호야지리박물관', 조선시대 민화를 전시한 '조선민화박물관' 등 들를만한 곳이 쏠쏠하다. 전곡-영월=글·사진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여름방학을 마무리하는 여행테마로 박물관 기행이 제격이다. 경기도 연천군 소재 전곡선사박물관은 체험형 박물관의 전형으로 흡족한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어 인기다. 전시실 가운데에는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이라는 인류 복제 모형이 전시돼 있는데, 몇 백 만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인류의 복제 모형 14개를 세워뒀다. 모형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정교하다
<박물관 나들이 1>

◆선사시대로 역사 여행 떠나볼까? 경기도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예술작품에 다름없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일원은 하나의 거대한 선사 박물관에 다름없다. 한탄강 물굽이가 휘감고 흐르는 유역은 구석기시대부터 인류가 터를 잡고 살던 곳으로 지금도 다양한 선사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한탄강 유원지 나들이 코스로도 유명한 이곳에는 최근 멋들어진 건축물 하나가 들어섰다. 한탄강 오토캠핑장 위쪽 언덕배기에 자리한 이 건물은 외관을 온통 스테인리스 패널로 마감했는데, 햇빛을 받으면 비늘처럼 반짝거린다. 유선형의 모습이 마치 UFO 같기도 하고, 용이나 알의 형상 같은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올 봄 '선사시대로 통하는 문'이라는 테마로 문을 연 '전곡선사박물관'은 프랑스의 X-TU사가 설계했는데, 건물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원시 생명체의 형태를 모티브로 삼았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고고학체험실 등 박물관의 내부는 마치 선사시대 동굴 속을 탐험하는 느낌이 들게 꾸며 놓았다.

지붕 위로 난 통로를 따라가면 한탄강을 굽어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가 하면 광활한 야외 선사유적지와도 만나게 된다.

전곡리를 세상에 알린, 구석기시대의 맥가이버칼 '주먹도끼'


전곡리 선사유적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1978년 그렉 보웬이라는 주한 미군 병사가 여자 친구와 함께 한탄강 어귀를 거닐다가 우연히 손에 쥐게 된 돌멩이가 바로 구석기시대 '주먹도끼'였다. 마침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던 그는 이를 예사로이 여기지 않고 여러 점의 주먹도끼를 더 주워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가 프랑스의 고고학자를 거쳐 서울대 김원룡교수(작고)에게 까지 알려져 본격적인 발굴 탐사가 이뤄졌다.


주먹도끼
당시 그렉보웬이 주웠던 주먹도끼는 '아슐리안형 석기'로 그간 동아시아에서는 발견 되지 않았던 고고학계의 큰 사건이 되었다. 한탄강가에 구르던 돌멩이 하나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구석기 역사를 새로 쓰게 했던 것이다.

돌을 깨트려 날카롭게 한 주먹도끼는 구석기인들에게는 만능 도구였다. 동물의 가죽을 벗기거나 고기를 자르고, 발라내는데 그만이었다. 그래서 주먹도끼를 고고학자들은 '구석기 시대의 맥가이버칼'로 부른다.

세월을 뛰어넘는 다양한 전시물

박물관의 1층은 매표소. 2층부터가 전시실이다. 거대한 동굴을 연상케 하는 실내 전시공간의 메인 시설은 '성설 전시실'. 선사시대의 화석인류, 동굴벽화, 기후별 동물과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설전시실 입구에는 1978년 발견한 주먹도끼가 전시돼 있다.

전시실 가운데에는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이라는 인류 복제 모형이 전시돼 있다. 몇 백 만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인류의 복제 모형 14개가 서 있다. 모형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정교하다. 세계적인 고인류 복원 전문가 엘리자베스 데이너스가 제작한 것으로 예술품에 가깝다.


선사박물관 내부
상설전시실 한쪽에는 턱, 다리, 어깨 등 매머드의 뼈를 활용해 만든 '매머드 뼈집' 모형이 있다. 매머드 100여 마리 분량의 뼈로 움집 하나를 지을 수 있었다니 당시 매머드 사냥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동굴벽화 탐험도 빼놓을 수 없다. 횃불 모양의 손전등을 들고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 등을 재현해놓은 작품과도 마주할 수 있다.

고고학체험실에는 1991년 알프스의 빙하 속에서 발견된 '외치 미라' 모형도 만날 수 있다. 약 5300년 전 가장 오래된 인간의 미라로 알려져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의 특징 중 하나는 체험형 박물관이라는 점. 동굴벽화 그리기, 석기 만들기, 불 피우기, 가죽옷 만들기, 장신구 만들기, 창 던지기, 유물발굴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한용 학예팀장은 "전곡 선사박물관은 단순 관람 시설에서 나아가 체험박물관으로,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상상력을 키우고,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찾는다면 흡족한 가족 나들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은 예약제(www.jgpm.or. kr / 031-830-5600)로 운영한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하절기 9시), 연중무휴. 관람료는 일반 4000원, 중-고교생 2000원, 초등학생 1000원. 경기도민은 개인에 한해 50% 할인 된다.

◆여행메모

가는 길=가는 길=서울~3번국도~의정부~동두천-연천방면~한탄대교~사랑동삼거리~전곡선사박물관/서울(일산)~자유로~당동IC~37번국도~적성방면~연천-전곡방면~사랑교북단~전곡선사박물관

나들이코스=박물관 앞쪽 강변은 '한탄강 관광지'가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야영장과 캠핑 트레일러, 통나무로 만든 캐빈 하우스 등 다양한 캠핑시설도 갖추고 있다. 인근에는 물놀이장, 어린이 교통 랜드, 어린이 캐릭터원 등이 있다. 한탄강 관광지 관리사무소 홈페이지(www.hantan.co.kr) 참조.
한탄강유원지
미식거리=한탄강 주변은 민물매운탕 등이 유명하다. 박물관 인근 연천군 천산면 대전리 강변에는 '가물치양념구이'를 잘하는 집(한탄강 오두막골 031-832-4177)이 있다. 매콤달콤 부드러운 육질이 먹을 만하다. 가물치(양념)구이 1kg(3만 5000원)이면 3~4인이 먹을 수 있다.
가물치양념구이


<박물관 나들이 2>

◆강원도 영월


영월 주천강변
동강, 서강, 주천강 등 시원한 물줄기가 굽이치며 절경을 토해내는 강원도 '영월'은 강원도의 느낌이 가득한 곳이다. 깊고 푸른 산과 계곡이며, 비경 속 기암괴석과 모래톱을 이뤄내는 사행천의 청정수와 비탈진 밭두둑에서 피어나는 야생화 등…. 이맘때 찾으면 늦여름 산촌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거기에 하나 더. 영월은 한마디로 박물관의 고장이다. 곳곳에 크고 작은 테마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문화 기행지로 제격이다. 영월화석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등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이 곳곳에 알토란처럼 자리하고 있다.

◆영월화석박물관


영월화석박물관
주천면 판운리에 자리 잡은 화석박물관은 지구 탄생의 역사와 그 신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국내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발견된 1100여점의 화석들이 시대별, 지역별, 분류별로 전시돼 있다. 특히 교과서에 수록된 주요 화석들을 이곳에서 촬영해 실었을 정도로 진귀하고도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화석박물관
전시실에는 물고기화석으로 유명한 4억 년 전의 실러켄스화석을 비롯해 익룡화석, 공룡위석, 규화목, 암모나이트 등 희귀화석과 한국에서 발견된 고생대 양치식물, 속세류, 봉인목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413호로 지정된 영월 문곡리 스토로마톨라이트와 삼엽충을 통해서는 영월과 태백지역이 5억년 전에는 바다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큰 돌덩이만한 운석도 전시돼 있는데, 워낙 무거워 들기가 쉽지 않다.


화석박물관 장기근 관장이 전시된 운석을 들어 보고 있다. 이곳은 전시품을 이처럼 만져 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5월 화석박물관을 연 장기근 관장은 "물 맑고 산세 좋은 고장에 집 짓고, 평생 모아 온 것들을 공개하고 있으니 이 보다 더 한 즐거움이 없다"며 "누구라도 와서 지구에 대한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유치원생 1000원이며, 30명 이상 단체 관람이 20% 할인 해준다. (033)375-0088

◆호야지리 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호야지리박물관'은 16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자리 잡은 박물관 천국 강원도 영월에서도 인기 있는 곳으로 꼽힌다. 국내 최초의 지리테마 박물관으로 그야말로 산 지리교육을 받을 수 있다.

40여 년간 지리를 공부하고 가르친 호야 양재룡 선생이 평생 모은 자료와 사재를 털어 지난 2007년 세운 호야지리박물관은 내방객의 수에 개의치 않고 성심껏 설명과 안내를 해주는 곳이다.

전시실에는 지리 관련 자료 600여점이 전시 돼 있다. 학교에서 배운 지리 과목의 소재를 모아 놓았는가 하면, 지방의 지형과 산업까지 파악할 수 있는 인문 지리적 자료도 다수 전시돼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실은 교과서 속의 각종 지형과 유적들의 실제 모습을 입체적으로 펼쳐 놓았다.


1895년 일본이 그린 군사용 정밀지도 '실측 일청한군용정도(實測 日淸韓軍用精圖)'. 한국과 일본의 국경선이 그려져 있으며, 송도(松島ㆍ울릉도)와 죽도(竹島ㆍ독도)가 한국 영토 안에 정확하게 표기돼 있다.
지오토피아(Geotopia, 지리세상)관에서는 '지도가 밝혀주는 독도와 동해', '광개토대왕 비문 실물탁본 공개' 특별전이 10월 말까지 열려 또 다른 볼거리가 된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이 19세기 후반 제작한 군사용 지도와 문부성 검정 교재에 '독도가 한국 땅' 으로 표기된 지도도 공개했다. 1895년 일본이 그린 군사용 정밀지도 '실측 일청한군용정도(實測 日淸韓軍用精圖)'와 1897년 일본 문부성이 검정한 교재 '일본지지(日本地誌)'가 그것. 한국과 일본의 국경선이 그려진 실측 일청한군용정도에는 송도(松島ㆍ울릉도)와 죽도(竹島ㆍ독도)가 한국 영토 안에 정확하게 표기돼 있다.


광개토대왕비문 실물탁본.
'광개토대왕 비문 실물탁본'도 공개하고 있다. 8m 높이로 특수하게 설계된 수장고 속에 비문 4면 모두를 펼쳐서 전시하고 있다.

양재룡 관장은 영월의 자연환경을 찾아 지형과 지질을 답사하며 알기 쉽게 설명하는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인 '영월지리트레킹' 프로그램도 운영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청령포, 호야지리박물관, 한반도 지형의 선암마을, 영월곤충박물관, 선돌 등을 돌아본다. 참가비는 어른 1만원.

◆여행메모

가는 길

◇화석박물관=중앙고속도로 신림 IC-지방도 88번 영월방면-치악산 황둔휴양지-주천면사무소-새마을수련원-영월 화석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중앙고속도로 신림 IC~지방도 88번~주천~법흥사 방향 4km~호야지리박물관

나들이코스=영월은 도처에 볼거리가 빼곡하다. 김삿갓 유적지를 비롯해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에 위치한 '조선민화박물관'에서는 서민의 삶이 녹아내린 옛그림 3500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선민화박물관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또한 서강이 굽이치며 빚어낸 지형으로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한쪽으로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 없는 육지 속 섬과도 같은 곳이다. 단종 애사가 서린 곳으로 장중한 관음송의 자태도 만날 수 있다.


선돌
아울러 한반도지형과 선돌, 요선정 등 곳곳에 비경이 감춰져 있다.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봉래산 정상에 세워진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천문대다. 별마로 천문대도 들를만하다.

미식거리=강원도 깡촌 영월주천면에 새로운 활력을 심어준 것이 있다. 다하누촌이다. 2007년 주천에 터를 잡은 다하누촌은 질 좋은 한우를 시중가의 절반 이하 싼 값에 사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통혁신이 비결로, 한우 농가에게는 시중보다 비싸게 수매해 소비자에게는 싼 가격에 공급한다.


다하누촌의 한우구이
사거리점(033-372-2286) 등 스무 곳이 넘는 한우식당에 휴일이면 1만 명 이상이 찾는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해 상차림비(1인당 3000원)를 내고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사거리점(대표 박상준)의 경우 등심 1만 875원, 안심을 9525원(각 150g 기준)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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