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보다 덥고 습한 여름이다. 아이들의 방학도 이제 이 달 말이면 끝이다. 좀 더 의미 있는 여름방학의 마무리를 위한 여행 테마로 어떤 게 좋을까? 일기가 고르지 않은 요즘 같아서는 '박물관 기행'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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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로 역사 여행 떠나볼까? 경기도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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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로 난 통로를 따라가면 한탄강을 굽어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가 하면 광활한 야외 선사유적지와도 만나게 된다.
전곡리를 세상에 알린, 구석기시대의 맥가이버칼 '주먹도끼'
전곡리 선사유적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1978년 그렉 보웬이라는 주한 미군 병사가 여자 친구와 함께 한탄강 어귀를 거닐다가 우연히 손에 쥐게 된 돌멩이가 바로 구석기시대 '주먹도끼'였다. 마침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던 그는 이를 예사로이 여기지 않고 여러 점의 주먹도끼를 더 주워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가 프랑스의 고고학자를 거쳐 서울대 김원룡교수(작고)에게 까지 알려져 본격적인 발굴 탐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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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깨트려 날카롭게 한 주먹도끼는 구석기인들에게는 만능 도구였다. 동물의 가죽을 벗기거나 고기를 자르고, 발라내는데 그만이었다. 그래서 주먹도끼를 고고학자들은 '구석기 시대의 맥가이버칼'로 부른다.
세월을 뛰어넘는 다양한 전시물
박물관의 1층은 매표소. 2층부터가 전시실이다. 거대한 동굴을 연상케 하는 실내 전시공간의 메인 시설은 '성설 전시실'. 선사시대의 화석인류, 동굴벽화, 기후별 동물과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설전시실 입구에는 1978년 발견한 주먹도끼가 전시돼 있다.
전시실 가운데에는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이라는 인류 복제 모형이 전시돼 있다. 몇 백 만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인류의 복제 모형 14개가 서 있다. 모형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정교하다. 세계적인 고인류 복원 전문가 엘리자베스 데이너스가 제작한 것으로 예술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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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체험실에는 1991년 알프스의 빙하 속에서 발견된 '외치 미라' 모형도 만날 수 있다. 약 5300년 전 가장 오래된 인간의 미라로 알려져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의 특징 중 하나는 체험형 박물관이라는 점. 동굴벽화 그리기, 석기 만들기, 불 피우기, 가죽옷 만들기, 장신구 만들기, 창 던지기, 유물발굴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한용 학예팀장은 "전곡 선사박물관은 단순 관람 시설에서 나아가 체험박물관으로,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상상력을 키우고,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찾는다면 흡족한 가족 나들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은 예약제(www.jgpm.or. kr / 031-830-5600)로 운영한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8시(하절기 9시), 연중무휴. 관람료는 일반 4000원, 중-고교생 2000원, 초등학생 1000원. 경기도민은 개인에 한해 50% 할인 된다.
◆여행메모
가는 길=가는 길=서울~3번국도~의정부~동두천-연천방면~한탄대교~사랑동삼거리~전곡선사박물관/서울(일산)~자유로~당동IC~37번국도~적성방면~연천-전곡방면~사랑교북단~전곡선사박물관
나들이코스=박물관 앞쪽 강변은 '한탄강 관광지'가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야영장과 캠핑 트레일러, 통나무로 만든 캐빈 하우스 등 다양한 캠핑시설도 갖추고 있다. 인근에는 물놀이장, 어린이 교통 랜드, 어린이 캐릭터원 등이 있다. 한탄강 관광지 관리사무소 홈페이지(www.hantan.c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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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나들이 2>
◆강원도 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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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하나 더. 영월은 한마디로 박물관의 고장이다. 곳곳에 크고 작은 테마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문화 기행지로 제격이다. 영월화석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등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이 곳곳에 알토란처럼 자리하고 있다.
◆영월화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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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국내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발견된 1100여점의 화석들이 시대별, 지역별, 분류별로 전시돼 있다. 특히 교과서에 수록된 주요 화석들을 이곳에서 촬영해 실었을 정도로 진귀하고도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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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천연기념물 제413호로 지정된 영월 문곡리 스토로마톨라이트와 삼엽충을 통해서는 영월과 태백지역이 5억년 전에는 바다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큰 돌덩이만한 운석도 전시돼 있는데, 워낙 무거워 들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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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지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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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간 지리를 공부하고 가르친 호야 양재룡 선생이 평생 모은 자료와 사재를 털어 지난 2007년 세운 호야지리박물관은 내방객의 수에 개의치 않고 성심껏 설명과 안내를 해주는 곳이다.
전시실에는 지리 관련 자료 600여점이 전시 돼 있다. 학교에서 배운 지리 과목의 소재를 모아 놓았는가 하면, 지방의 지형과 산업까지 파악할 수 있는 인문 지리적 자료도 다수 전시돼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실은 교과서 속의 각종 지형과 유적들의 실제 모습을 입체적으로 펼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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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일본이 19세기 후반 제작한 군사용 지도와 문부성 검정 교재에 '독도가 한국 땅' 으로 표기된 지도도 공개했다. 1895년 일본이 그린 군사용 정밀지도 '실측 일청한군용정도(實測 日淸韓軍用精圖)'와 1897년 일본 문부성이 검정한 교재 '일본지지(日本地誌)'가 그것. 한국과 일본의 국경선이 그려진 실측 일청한군용정도에는 송도(松島ㆍ울릉도)와 죽도(竹島ㆍ독도)가 한국 영토 안에 정확하게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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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룡 관장은 영월의 자연환경을 찾아 지형과 지질을 답사하며 알기 쉽게 설명하는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인 '영월지리트레킹' 프로그램도 운영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청령포, 호야지리박물관, 한반도 지형의 선암마을, 영월곤충박물관, 선돌 등을 돌아본다. 참가비는 어른 1만원.
◆여행메모
가는 길
◇화석박물관=중앙고속도로 신림 IC-지방도 88번 영월방면-치악산 황둔휴양지-주천면사무소-새마을수련원-영월 화석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중앙고속도로 신림 IC~지방도 88번~주천~법흥사 방향 4km~호야지리박물관
나들이코스=영월은 도처에 볼거리가 빼곡하다. 김삿갓 유적지를 비롯해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에 위치한 '조선민화박물관'에서는 서민의 삶이 녹아내린 옛그림 3500점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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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봉래산 정상에 세워진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천문대다. 별마로 천문대도 들를만하다.
미식거리=강원도 깡촌 영월주천면에 새로운 활력을 심어준 것이 있다. 다하누촌이다. 2007년 주천에 터를 잡은 다하누촌은 질 좋은 한우를 시중가의 절반 이하 싼 값에 사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통혁신이 비결로, 한우 농가에게는 시중보다 비싸게 수매해 소비자에게는 싼 가격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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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해 상차림비(1인당 3000원)를 내고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사거리점(대표 박상준)의 경우 등심 1만 875원, 안심을 9525원(각 150g 기준)에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