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을 찾아 다니는 아마추어 심마니들이 늘고 있다. 깊은 산중에 움막을 짓고 살며 산삼을 캐러다니던 전통 심마니는 옛말. 인터넷에 각종 심마니 동호회 카페를 만들고 회원들끼리 삼삼오오 전국의 명산을 순례할 만큼 활성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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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구름과 안개가 낀 것같다 해서 붙여진 운무산은 산세가 가파르고 숲이 우거져 산삼이 자생하기에 적합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끔 수령이 오래된 삼이 나온다고 해서 심마니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해 2시간여만인 오전 7시. 둔내 IC 통과후 5분여 거리에 맛깔스럽기로 소문난 Y식당에 들러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점심 도시락을 주문해 쌌다.
태풍 메아리의 여파로 여전히 잔뜩 흐린 날씨다. 물기를 머금은 산을 오르내리려면 고무장화가 필수. 등산화 대신 미리 준비한 고무장화로 바꿔 신은 뒤 차로 20여분 더 달려 마침내 운무산 자락에 들어섰다.
심마니 경력 13년째인 강철웅씨는 "이 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주변 산자락에 인삼밭을 많이 재배해 초보자한테는 그나마 새끼삼(子蔘)이라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며 작은 희망의 불씨를 던졌다.
'햇볕이 직접 들지 않는 동북방향 경사면 계곡, 그중에서도 적당히 통풍이 되고 너무 마른 땅이어야 한다'. 산삼이 있을 만한 곳에 대한 강의(?)는 이미 귀에 못이 박혔을 정도다.
그런데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잡목 숲을 헤치고 30분가량 오르다 보니 땀이 흥건하다. 평소 등산으로 충부니 체력을 비축했다고 자신했지만 길도 없는 산비탈을 쉴새없이 오르락 내리락 더듬는 작업은 만만치가 않았다.
"어? 이거 산삼 아니에요?" 나의 외침에 저만치 앞서가던 강씨가 되돌아왔다. 하지만 다섯개의 잎사귀가 달린 오가피. 잎사귀로만 보면 영락없는 산삼이다. '아무렴 그렇지 이렇게 쉽게 발견될 리가 없지 ㅋㅋ'
어느덧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싸 간 도시락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강철웅씨는 "어떻게든 산삼 잎사귀라도 구경을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재촉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체력도 바닥이 날 즈음 "강기자, 빨리 와 보세요!" 그의 외침에 달려가보니 거기엔 거짓말 처럼 산삼이 고개를 내밀었다. 분명 산삼이었다.
넋을 빼고 있을 즈음 그가 반경 3~4m 주변을 잘 살펴보란다. "앗! 나도 심봤다!" 기자가 발견한 건 2구 산삼(줄기가 두개). 주변에 오행자삼이 2~3개가 더 발견이 됐지만 그건 그냥 두기로 했다. 새끼 산삼이란 이유였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무려 7시간을 헤맨 '산삼 캐기' 심마니 체험은 이렇게 끝이 났다. 계곡과 능선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얻은 귀한 땀방울 체험이었다.
횡성=강일홍 기자 eel@sportschosun.com
<소박스>
산삼은 다른 이름으로 조복삼(鳥腹蔘)으로도 불린다. 새가 열매를 먹은 뒤 소화가 되지 않은 씨를 배설하고, 여기에서 싹이 돋아 자란다는 데서 유래했다. 산삼을 채취할 수 있는 시기는 4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
예전부터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지만 효능에 대한 연구는 기초적인 성분 분석물 비교를 제외하고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희소성으로 그 가치가 높아 전문적으로 산삼만을 찾아 돌아다니는 소위 심마니들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